10억 예산에 1억 대출..겉도는 서울시 희망론

신용회복자 평균 채무 3000만원인데 최대 500만원 지원 고수
현실반영 못하는 지원규모에 이용자 드물어
지원금 늘리면 시 대위변제금도 늘어날 우려 때문
  • 등록 2013-04-22 오전 11:32:31

    수정 2013-04-22 오전 11:32:3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서울시가 청년들의 신용회복절차 조기 졸업을 위해 도입한 ‘희망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희망론은 신용회복절차를 밟는 청년들이 남은 부채를 빨리 상환하고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가 보증을 서서 남은 빚을 갚도록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그러나 당초 홍보와는 달리 서울시가 빌려주는 금액이 크지 않아 신청자도 적고 예산이 오히려 남는 상황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희망론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억원씩 배정됐지만 대출실적은 지난해 33건·1억1100만원, 올들어서도 39건·1억3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희망론은 만 35세 미만의 신용회복지원자가 시의 전액보증으로 최대 500만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금을 일시에 상환하고 채무불이행 상태를 졸업하기 위한 제도다. 신용회복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불이행자들을 대상으로 저리의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는 2006년부터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남은 빚을 모두 갚아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는 서울시가 지난해에 처음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최대 500만원의 대출로는 기존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애초부터 수혜자 대상 추정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지원자들의 평균 채무잔액은 약 3000만원 가량이다.

희망론의 지원 대상이 되려면 채무 잔액이 5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500만원 이하의 금액은 다른 방법으로도 상환할 수 있거나 보통 1년 정도면 상환이 가능해 굳이 희망론을 신청할 유인이 적다는 것. 정작 희망론이 필요한 대상들은 채무잔액이 많아 오랫동안 채무불이행 상태로 남아있어야 하는 채무자들이지만 정작 이들은 ‘500만원만 있으면 채무를 모두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 희망론 수혜 대상에 끼지 못한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1인당 희망론 대출금액을 현실을 반영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결국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됐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시의 지원액이 필요한 수준보다 적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희망론의 경우 채무자가 상환을 못하면 보증을 선 시가 대신 갚아야 하므로 1인당 지원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의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가 재정아끼기에 급급해 소극적 지원에 머무는 탓에 당초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의 재정손실 가능성이 적은 다른 대출제도는 오히려 한도액이 늘었다. 신용회복절차를 밟으면서 1년 이상 성실 변제한 신용회복지원자에게 서울시가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한강론의 경우 올해부터 1인당 지원액을 기존 ‘최대 5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으로 늘렸다. 지원대상도 ‘만 35세 미만’에서 ‘만 40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1년 이상 성실 변제한 신용회복지원자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이 가능해 서울시의 손실 위험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도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희망론은) 서울시가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이니 제도 안착을 위해 (자금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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