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⑮지동현 조흥은행 상무(하)

  • 등록 2001-06-22 오후 2:42:54

    수정 2001-06-22 오후 2:42:54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조흥은행의 지동현 상무 입니다.
(인터뷰 중편에서 이어짐)
-은행경영을 전공하셨으니까 이 질문을 드려야겠습니다. 채권투자를 포함, 은행이 자산운용을 하는 것이 너무 주먹구구 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흥은행을 포함해 큰 은행들이 수 조원씩 채권투자를 하면서도 이코노미스트 하나 두지않는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딜러들의 동물적 감각이나 외부의 리포트에 의존한다는 것은 너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옳은 지적입니다. 문제점이 많아요. 딜러들이 이코노미스트와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을 겸비하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죠. 지속성도 떨어지고. 현재 그런 역할을 담당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그 일을 안 하려고 해서 문제에요. 몇몇 직원들에게 이미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는데 다들 거절했거든요. 물론 은행 경영연구소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있어서 거시변수는 대충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은 트레이더를 관리하는 차장급이 맡고 있는데 직접 트레이딩을 안 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트레이딩을 하지않고 전략을 짠다는 건 어렵죠. 저는 스트레티지스트도 딜링을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물론 딜러들처럼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는 없겠지만 고유 계좌를 가지고 운용실적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내부에서 키우려니 대부분 관리자급이라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권유는 계속 하지만 잘 안되네요. 앞으로 그 자리에 앉는 사람에게는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을 맞길 겁니다. 더 전문화 시켜야죠. -은행 자산운용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체계화시킨 이론은 없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Optimal Asset Allocation 이죠. 자산이 100억이라면 대출, 채권, 주식 등등에 각각 얼마를 할당했을 때 최대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를 연구하는 겁니다. 예전에 은행 컨설팅업무를 맡으면서 그 일을 담당했는데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극도로 까다롭습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미리 기대수익률을 예측하지만 나중에 나온 결과는 전혀 딴판일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연초에 대충 틀을 정리하는 정도의 작업은 합니다. <”올해는 목표달성 못합니다"> -미래에셋투신 김경록 대표께서 "우리나라 기관들이 자산운용을 하면서 위험관리 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직급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운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셨거든요. ▲저도 동의합니다. 그동안 한국 은행들은 거기에 대해 전혀 대비를 안 했어요. 우리 은행도 제가 와서 그나마 첫 걸음을 디뎠다고 봅니다. -입행 후 4개월이 지났는데요. 소감이 어떻습니까. 일차적인 목표는 물론 목표수익률 달성이겠군요. ▲저는 목표수익률 달성 못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위행장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죠?(웃음) -아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하하 ▲제가 몇 번 "올해는 목표달성 못하겠습니다"라고 보고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이제 5~6월인데 벌써부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고 하시길래 "애초에 목표가 불합리하게 설정됐는데 어떻게 맞춥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선진국 은행들은 애당초 목표라는 것이 없다고 덧붙여서 말입니다. 목표를 설정해주면 리스크관리가 전혀 안돼요. 그걸 맞추려고 아둥바둥하다보면 지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러다가 손해나면 누가 타격을 입습니까. 결국 행장께서 책임지셔야 하는 건데요. "목표를 안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시장의 벤치마크 수익률과 비슷한 성과를 내면 잘 한 겁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장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으니까 벌어놓은 거 까먹지는 말라고 하시더군요. 벌써부터 못한다고 아무데나 얘기하지 말라면서요.(웃음) -학교나 연구소에만 계시다가 본격적인 조직생활은 처음 하시는데...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관리합니까. ▲제 밑에 300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저만 쳐다보고 있는거죠. 제가 조직생활을 한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좋은 비즈니스맨이 될까" 하는 생각은 늘 가져왔습니다. 입행 후 처음 한 달동안 직원들과 일대일로 식사할 기회를 자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죠. "본부장으로서 내가 해야할 역할은 첫째, 우리 본부에 부여된 목표이익을 달성하는 거다. 실제업무는 여러분들이 하는 거니까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둘째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국내은행에 CFO제도가 없지만 앞으로는 분명히 생길거니까 여러분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뒷받침을 해주겠다." "뒷받침을 하려면 내가 알아야 해줄 수 있으니 여러분들이 무엇을 잘 하는지 확실하게 알려달라. 우리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메일이든 직접방문이든 방법은 아무래도 좋으니 나에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라. 내 방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도 안 왔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캐주얼한 상태에서 한 사람씩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은행도 하나의 기업인데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최고의 은행장이죠.”> -은행장이 꿈이라고 하셨는데 바람직한 은행장 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은행경영 전략에 대한 소신도 듣고 싶군요. ▲금융연구원에 있을 때부터 "내 꿈은 금융연구원장이나 은행장 둘 중의 하나다" 라고 말하곤 했어요. 조흥은행에 와서도 몇 번 말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고운 눈초리로 안 보더군요.(웃음) "당신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왜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거부감과 경계심리가 일어나게 만드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거죠. 그렇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 후 오히려 그런 말을 더 많이 합니다. 하하 바람직한 은행장 상이야 뻔한 거 아닙니까. 은행도 하나의 기업인데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최고의 은행장이죠. 누가 은행의 가치를 어떻게 증폭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객을 통해서" 라고 대답할 겁니다. 고객이 "내가 저 은행과 거래하면 도움이 된다. 나에게 득이 된다"고 믿음을 가져주고 실제로도 그렇게 돼야합니다. 그러면 고객과 우리 은행의 가치가 동시에 올라갈 수 있어요. 이게 바로 value creation(가치창조) 입니다. 우선 value를 만들어내고 그 다음 고객과 은행이 적당한 수준에서 생성된 가치를 나눠가지는 거죠. 상품이든 서비스든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저는 적어도 value 가 무엇인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value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value creation을 이뤄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경험도 일천하고 실제로 value 를 창조하지도 못했지만 이론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생각해요. -가벼운 얘기를 좀 하죠.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85년에 했습니다. 공부 마치기 전에요. 필라델피아는 저에게 참 의미있는 도시입니다. 거기서 공부했고, 집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았으니 말입니다. 아내도 저처럼 필라델피아에 온 유학생이었어요. 당시 저녁밥을 같이 지어먹곤 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했죠. -부인은 현재 무슨 일을 하십니까. ▲집사람의 전공은 사회학인데 그중에서도 인구통계 쪽을 공부했습니다.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는 통계청에서 근무했구요. 통계청이 대전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그만두고 현재는 화려한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실 더 다닐 생각이 있었으면 통계청 서울사무소에 남을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공무원생활은 싫다고 하더군요. (지동현 상무 약력) -58년 출생(본적 서울) -77년 보성고 졸업 -81년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86년 5월 펜실베니아대학 경영학석사 -88년 12월 펜실베니아대학 경영학박사 -89년 5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영대학 부교수 -89년6월~91년5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 책임연구원 -91년6월~2001년 2월 한국금융연구원 -99년4월~2001년2월 조흥은행 사외이사 -2001년2월~ 조흥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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