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임대차 2법’ 폐지 나서나…실현 가능성은 '글쎄'

임대차2법 시행 4년차…존폐 논의 재부상
전문가 "시장에 안착한 제도…폐지 더 큰 혼란만"
"전월세상한제, 물가상승률 반영 방안 검토 필요"
"야당 동의 안할듯…법 개정 현실적으로 어려워"
  • 등록 2024-08-02 오전 11:52:31

    수정 2024-08-02 오전 11:52:31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통령실이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이른바 ‘임대차 2법’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존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제도가 시장에 정착한 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을 신중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과 장기적 차원에서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근본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사진=노진환 기자)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 2법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이 법은 세입자가 원하면 전·월세 계약을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전월세상한제)하는 게 골자다.

윤석열 정부는 이 법이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전세사기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하며 폐지를 꾸준히 시사해왔다. 임대차 2법에 따른 4년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새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그간 최대 5%로 상승이 억제됐던 임대료를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폐지는 오히려 전세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시장에 제도가 정착해 운영 중이고,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족한 만큼 전면 폐지보다는 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행 후 각종 혼란을 겪으며 비로소 시장에 안착한 제도를 또다시 폐지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제도에 부작용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폐지는 시장을 또다시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해당 법의 세입자 보호 취지에 맞게 갱신요구권은 유지하되 전월세 상한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임대 사업자들도 시장에 임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무조건 불이익보단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장 임대차 2법을 폐지한다고 전세가격이 내려가는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임차인과 임대사업자 양측의 입장을 신중하게 조율하지 않은 대책은 또다시 공급위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시간을 들여서라도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차 2법에 따른 부작용이 명백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무도 단순 명확해야 하지만 임대차법이 생겨나자 관련 해설서가 나올 정도로 법이 훨씬 더 복잡해지고 분쟁이 폭증하며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폐지한다고 해도 시장에 우려하는 수준의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잘못 만든 법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전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게 간결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차 2법을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통과시켰던 이 법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송 대표는 “민주당은 임대차 2법이 서민의 주거를 안정화하고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데 방점을 찍어 왔다”며 “앞으로 이 법을 놓고 사회적인 논의와 토론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이른 시일 내 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현시점에 이 법을 없애겠다고 동의를 하는 것은 법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든 법을 다시 폐지한다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불만을 상쇄하기 위해 현실성이 없는 카드를 꺼낸 듯 하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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