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5개월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도층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 이탈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여당의 내분이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모두 정치를 잘 몰라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석 달 전 윤석열 정부에 대해 ‘매력도 없고 비전도 안 보인다’고 한 평가가 “지금도 유효하다”며 “아직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윤석열(오른쪽)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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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반인데도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20~30%대를 맴도는 것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기이한 현상”이라고 봤다. 그는 “선거 때만 해도 일반 국민이 윤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염증, 정권 교체 등 기대가 굉장히 컸다”며 “정부 출범 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대문에 20%선이 이탈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권 교체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얘기한 바 없다”며 “막연하게 공정과 상식, 그러면 뭐가 불공정하고 상식에 안 맞는지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으로 갖다면 일반 국민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을텐데 구체적 실행방안이 나오지 않으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상 비전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비전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일단 제시되고 이를 인수위 과정에서 구체화했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이 없었고 그러니까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발언 그 자체보다 대처 방식에 더 문제가 있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실수는 이따금 사람이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 실수를 빨리 어떻게 시정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준석 전 대표 중징계 등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분을 겪은 데 대해 그는 “대통령 되는 분은 대통령이 된 다음 자기를 뽑아준 정당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성향이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말을 안 들었다기보다 정치를 오래 해보지 않아 권력 속성을 몰라 이런 현상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이 전 대표도 정치를 잘 몰라 선을 지키는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인지를 묻는 진행자에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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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 징계 이후엔 한번도 연락해온 적도, 연락해본 적도 없다”면서 “정치인으로서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것은 2024년 총선에서 국회에 진입하느냐, 안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모먼트가 될 것이고 불가능해진다면 정치 인생이 그것으로 마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 여건상 노원구는 국민의힘엔 어려운 선거구고 사실 마땅한 후보도 없다”며 이 전 대표가 공천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차기 당대표를 뽑을 때 기준으로 김 전 위원장은 ‘친윤’인지보다 총선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언질을 주지 않았는지 가정을 할 수 있어 어떻게 작동할지 두고 볼 일”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여론조사는 항상 변할 수 있는 것으로 결국 당내 기반이 확실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 윤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는 진행자에게 “지금 당면한 여러 상황상 특별하게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도 “나라 중장기 여러 문제점을 어떻게 정리해 해결할지 대통령이 깊은 고민을 하고 왜 국민이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지에 대한 인식을 더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