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장기 집권을 앞두고 ‘코로나 방역’과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욕심을 내려놓은 것일까. 최근 중국 내에서 정부가 사실상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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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좋은 결과 이끌어내야”…목표 달성 톤다운중국 정부는 계획을 세워 이에 맞춰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나라다. 집권당이 바뀔 리도 없고, 지도자도 2연임(10년)이 기본이니 계획을 세우고 달성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은 매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도 별수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강력한 방역 정책에도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경제도시 상하이까지 봉쇄하기 이르렀다.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속 소비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3월 5.5% 안팎이라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지만, 2분기 GDP 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진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지난 28일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새로운 징조가 포착됐다.
우선 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목표에 대해 “물가와 취업을 안정시키고,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3개월 전에만 해도 “거시 정책 조정의 강도를 높이고, 한해 경제 사회발전 목표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목표 실현’이라는 단어가 쏙 빠진 것이다. 정치국은 매월 정례적으로 회의를 하는데 3개월마다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주요 경제정책을 논의한다.
류위안춘 상하이 재경대 총장은 이를 두고 “7월 경제상황이 4월과 비교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현실에 맞게 경제가 순조롭게 운영되는 것을 보장하도록 경제 목표 방향이 어느정도 느슨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로코로나 고집…부동산 책임은 지방정부에정치국 회의에서는 또 “버티는 것이 바로 승리”라며 ‘제로코로나’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방역과 경제 관계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특히 정치적 관점에서 봐야한다.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해서, 또 서방의 체제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제로코로나를 유지해야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제로코로나를 고집했다는 건 사실상 경제성장을 포기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해 정치국 회의에서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주택 인도를 보장하고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면서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책임을 개별 지방 정부로 돌린 것이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은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지만, 현 경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 중국 분기별 GDP성장률. 사진=국가통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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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이후 중국이 부양책을 꺼낼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달에 이어 또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면서 미중 간 단기금리가 처음으로 역전되기도 했다.
리커칭 중국 총리도 지난 19일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와의 화상회의에서 성장보다는 취업과 물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을 전하면서 “지나친 고성장 목표를 위해 지나친 자극 조치나 양적 완화, 미래를 미리 소비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 역시 사실상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1998년 이후 24년만이다. 당시 중국은 8% 이상 성장을 예고했다가 외환 위기 영향으로 7.8% 성장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