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 운송, 배당 등 3대 요인이 경상수지 흑자를 탄탄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 밀어내기가 나타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질 유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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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01억3000만달러로 2015년(777억9000만달러), 2016년(752억1000만달러) 다음으로 역대 3위다.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흑자폭은 270억9000만달러 더 커졌다. 9월에는 10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넉 달 만에 100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4분기 동안(10~12월) 최근 3년 평균 수준인 230억달러 규모의 흑자만 달성해도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93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8월 한은이 전망한 82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뿐 아니라 2015년(1051억달러), 2016년(979억달러)에 이어 역대 3위의 흑자 달성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좌우하는 것은 통상 상품수지였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이후 작년까지 상품수지 흑자폭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어섰고 만년 적자 신세인 서비스 수지가 경상수지 흑자폭을 깎아 먹는 형태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운임·여행·가공서비스 등이 포함된 서비스 수지의 경우 올 들어 누적으로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38억50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에 비해 적자폭이 약 7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주요국 항만 물류가 적체돼 운임비가 오른 것이 우리나라로선 운임수입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운송수지는 9월 20억6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누적 기준으로도 109억8000만달러를 보여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실제로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4590선으로 1년 전보다 230.2%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만 적체 현상이 길어지자 8월부터는 일부 수요가 운임비가 비싼 항공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항공사의 화물운송량이 증가하고 운임비도 함께 오르고 있다. 상하이에서 미국을 오가는 항공화물운임지수(TAC)는 135.7% 올랐다. 이러한 운송수지 흑자폭 확대는 항만 물류 적체 현상이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 투자한 것이 배당으로 유입되고 있다. 배당과 이자 등 투자소득수지는 누적으로 170억달러를 기록, 본원소득수지가 16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기준으론 2019년 128억6000만달러가 최대인데 이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경상수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향방도 중요하다. 상품수지는 수출입 결과로 우리나라로 얼마나 달러가 유입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에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야 흑자폭이 커진다.
올 들어 누적으로 보면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이 더 빨리 늘어났다. 수출은 4647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5.4% 증가했고 수입은 4057억7000만달러로 27.1% 급증했다.
그렇다면 4분기 흐름은 어떨까. 통상 4분기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황상필 국장은 지난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 4분기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순수출쪽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연간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로 갈수록 밀어내기식 수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폭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4분기 상품수지 흑자 평균치는 257억달러로 3분기 평균(272억달러)보다 소폭 작았으나 1분기(189억달러), 2분기(188억달러)보다 높은 편에 속했다.
황 국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지만 수출과 운송수지 흑자 추세 들을 고려하면 조사국 전망대로 올해는 820억달러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 조사국은 이달 25일 경상수지 전망치를 포함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재산정해 공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