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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유로존의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이렇게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일부에서 바닥을 탈출하고 있다는 신호는 있지만 경기 개선세는 여전히 미지근하다”고 재차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우려는 성장률 전망치에 그대로 나타났다. ECB가 이날 공개한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7%.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예상치(-7.5%)보다 낮다. 다른 대륙과 비교해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럽의 경제 타격은 심각하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9%(IMF 기준)다.
‘D의 공포’가 엄습하자 라가르드 총재가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꺼낸 카드는 천문학적인 돈 풀기다. ECB는 이날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하고자 6000억유로(약 828조원) 채권을 추가 매입하면서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 규모를 증액하기로 했다. ECB는 코로나19가 처음 닥친 지난 3월 7500억유로짜리 PEPP를 마련했으며, 이날 증액으로 1조3500억유로까지 확대했다. ECB는 아울러 PEPP 시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최소한 내년 6월까지 늘리기로 했다.
ECB가 800조원이 넘는 부양책을 냈음에도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ECB의 추가 부양책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침체의 골이 이 정도로 깊을 것이라는 점은 미처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각각 0.45%, 0.21% 떨어진 1만2430.56, 5011.98에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0.24% 내린 3261.67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