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107석의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 선출부터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7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위해 지역별 타운홀 미팅, 합동연설회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흥행은 영 신통치 않다. 여기에 유력 주자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TV토론을 거부하자 원유철, 신상진 후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4일 홍 전 지사가 TV토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26일 대전 합동연설회 보이콧을 포함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내놨다.
원유철 의원은 25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하는 이유가 컨벤션 효과를 통해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며 "조용히 할 거면 돈 들여서 전대를 왜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는 홍 전 지사가 '조용한 전당대회'를 이유로 TV토론을 거부한 데 따른 정면 반박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광주지역TV토론을 비토하며 "명색이 제 1야당인데 지역 케이블이 말이 되느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지사는 이후 TV토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라는 유보적 입장만을 반복했다.
원 의원은 "잃어버린 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을 통해 당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게 싫으면 당대표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6.25전쟁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선출에 있어 반드시 TV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홍준표 후보의 (TV토론 거부는)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대행은 특히 "이인제 선관위원장에게 TV토론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홍 후보에게) 종용해 달라고 요청을 드린 바 있다"고 덧붙엿다.
이에 따라 이인제 선관위원장 등이 홍 전 지사를 설득해 미뤄졌던 TV토론이 한 두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전(26일), 대구(28일), 수도권(29일) 등 후보자 합동 연설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3차례의 TV토론 스케줄을 확정하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대표 후보의 한 실무진은 "30일전까지 3차례 TV토론을 여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30일로 예정된 모바일 투표를 연기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오는 30일 1차 모바일 투표를 진행하고, 내달 2일 현장투표를 거쳐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가운데 당초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상 확정된 TV토론이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의원 20명의 바른정당이 3차례 TV토론을 거쳐 오는 26일 당대표를 선출하는데 비하면, 제 1야당, 보수정당으로서 시급함이나 위기감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홍 전 지사는 TV토론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나홀로 페이스북 정치를 이어갔다.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울한 6.25 기념일"이라며 "주사파 운동권들의 세상이 되었어도 국민들은 깨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자는 주장을 하면 극우로 몰고, 친북화해를 주장하면 좋은 진보로 포장되는 이 나라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다"며 "정치는 당파나 집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