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남단 쪽에 가까운 킹조지 섬의 ‘세종기지’는 1988년에 준공됐다. 남위 60도 아래를 남극지역으로 부르는데 세종기지는 남위 62도13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지진파, 지구 자기, 고층 대기, 성층권 오존 측정 등 관측 활동과 동식물 표본조사와 해양환경 연구활동을 한다.
세종기지는 칠레와도 가깝고 세계 각국의 기지가 몰려 있어 ‘남극의 뉴욕 맨해튼 거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미 많이 문명화돼 있는 편이다.
칠레 남단의 푼 타 아레나스에서는 비행기와 배를 통해, 아르헨티나 남단의 우슈아이아 등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비행기로는 3시간, 배로는 사나흘 정도 걸리는 거리다. 비행기를 타고 남극내 위치한 칠레 프레이기지까지 가더라도, 30~40분 정도는 고무보트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다.
반면, 한국 최초의 남극 대륙 본토 기지인 장보고 과학 기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지난 2014년부터 가동이 들어간 장보고 기지는 남위 74도 37분 부근에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에 위치하고 있다. 세종기지보다 훨씬 아래에 있다. 그만큼 더 춥고 험지 중의 험지다.
장보고기지로 가는 길은 주로 호주나 뉴질랜드를 통한다. 항공편을 통해 미국 매머도기지에 도착한 뒤 우리나라 쇄빙선(Icebreaker)인 ‘아라온 호’를 통해 들어간다.
한국 최초 남극 해도 만든다
현재 아라온호는 장보고 기지 인근 4km 부근을 알려주는 항해도를 쓰고는 있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것으로 1:25만 축적으로 넓은 면적을 다룬터라 자세하지는 않다.
정부가 2020년까지 총사업비 80억원을 투입해 우리나라 최초로 남극 바닷길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 해도는 축척이 1:7500의 소축척으로 매우 상세하게 해안선과 수심, 유빙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는 최첨단 장비가 투입된다. 해안선 촬영은 특수드론이 투입된다. 남극으로 갈수록 자기장이 커지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게 작동이 가능한 드론을 넣어서 주변 해안선을 조사한다. 수심은 조사원이 고무보트를 타고 들어가 수중음향측심기를 통해 조사한다. 물속에 음파를 보내 바닥을 찍고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수심을 측정하느 셈이다. 수심이 깊은 곳에는 아라온호가 조사를 하게 된다.
이외 바다위에 떠 있는 유빙은 위성영상으로 촬영하긴 하지만, 상당수는 슬러시처럼 약하게 얼어있는 상태라 수심 측정과 함께 정밀 조사도 이뤄진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서 만든 해도를 가지고 임시용으로 긴급하게 쓰고 있었지만 이제 우리도 직접 만든 해도를 갖게 될 것”이라며 “남극을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