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28만명 위해 국민 2000만명 손해볼 판

2085년까지 333조 절감…김용하안보다 61조 더 들어
국민연금 10%P 더 주려면 보험료 최고 2배 더 걷어야
‘사실상 증세’ 비판 목소리
  • 등록 2015-05-05 오후 6:08:12

    수정 2015-05-06 오전 9:46:13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끌어들었으나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수급액(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으나 이를 실현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야 간 합의는 공무원연금 가입자 128만명을 돕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자 2112만여명에게 손해를 입히는 셈이다. 이로써 연금안 합의를 놓고 당초 여당이 거센 반발을 했지만 처리 시한에 쫓긴 나머지 주고받기식 정치적 야합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野, 소득대체율 인상만 주장…보험료율은?

평균소득에 대한 퇴직 후 연금 지급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이미 대타협기구에서 꾸준히 논란거리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관련 논의자체가 월권행위이자 보험료 인상 없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강도 높은 비판을 해왔다.

대타협기구 노후소득분과 공동위원장이던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19일 노후소득분과위 회의에서 “여기서 국민들의 적정소득대체율을 선언하자는 것이 말이되느냐”며 ‘월권’을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 측은 국제노동기구(ILO) 표준 소득대체율 최소 40%, 최대 60%라는 점을 들어 각각 50%와 60%의 소득대체율을 제시했다.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연금개혁 3대원칙’과 함께 소득대체율 50%를, 공무원노조 측은 기초연금을 얹어 6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도 연금개혁 분과회의 뿐만 아니라 실무기구에서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실무기구 회의를 지연시켰다. 5월6일이라는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시한을 순순히 따를 수 없다는 판단에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與, 뒷걸음질치다 ‘구조개혁’ ‘재정안정’ 놓쳐

새누리당의 태도가 지난 3월 26일부터 급변하면서 개혁방향이 구조개혁을 포기한 ‘모수개혁’으로 바뀌었다. 즉 새누리당안→김태일안→김용하안→합의안까지 후퇴를 거듭했다. 결국 기여율(현행7%→5년간 9%인상)·지급률(현행 1.9%→1.7% 20년간 감소)은 순차적 증감하는 미진한 타협에 멈췄다.

새누리당은 당초 구조개혁을 통해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체제를 국민연금화(化)하려고 했다. 특수직역 계층의 ‘2층’ 구조(특수직역연금·개인연금)를 직장인·자영업자 등 일반소득 계층의 ‘3층’ 구조(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연금법을 표준 방식으로 따라가는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자연스레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물거품이 되면서 군인·사학연금 마저 미봉책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재정절감 측면에서는 정부·여당의 마지노선인 ‘김용하안’ 보다 뒤로 물러섰다. 인사혁신처 재정추계에 따르면, 오는 2085년까지 김용하안이 현실화될 경우 394조 5000억원의 총재정이 절감된다.

현행 합의안인 기여율 9%와 지급률 1.7%로 계산할 경우 같은 기간 333조원으로 최소 61조원 이상은 더 들게 된다.

與野, ‘국민연금’ 내세워 정치적 야합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합의는 정확히 말하면 ‘목표치’인 셈이다. 50%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구체적인 방식은 국회 내 사회적기구를 둬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을 하는 데 왜 국민연금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의견이 우세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 조차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해 온 내용이라 계속 논의 하는 것”이라는 모호한 발언만 남겼다.

노조 측은 이를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어선으로 여겨왔다. 공무원노조 측이 “적정 소득대체율은 60%”라고 첫 공개한 것도 노후분과회의에서다.

김현숙 의원이 “국민연금 적정소득대체율을 여기서 선언하자는 분들이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은 말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자 분과위원이던 김성광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동집행위원장이 내뱉은 발언이다.

결국 국민연금이 이번 개혁에 있어서 여야와 공무원노조의 볼모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린다는 건 사실상 증세다. 이를 국민에게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라며 “공적연금 전반에 대해 신뢰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
☞ 국민·기업 멍들이는 포퓰리즘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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