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의 시대]② 삼성전자 제품에 숨겨진 CSR의 비밀

원료 구매에서 제품 폐기까지 단계별 CSR 실시
  • 등록 2010-12-28 오전 11:27:38

    수정 2010-12-28 오전 11:27:38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가끔 궁금해져. 우리가 하는 일을 신이 용서하실지. 하지만 곧 깨닫게 되지. 신은 오래 전에 이 곳을 떠났다는 것을..."

2007년도 개봉작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 한 토막이다. 그는 다이아몬드 광산을 놓고 동족간 내전을 벌여야 했던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한 뒤 그렇게 읊조렸다. 영화에는 마약을 하고 총을 쏘는 소년 병사들과 발목 지뢰에 희생당하는 무수한 민간인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 개봉 이후 전세계적으로 다이아몬드 원석의 생산지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됐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기존의 구매 관행을 바꾸는 노력들이 전개됐다.

◇ 삼성전자가 콩고산을 금지한 까닭

그런데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비단 국제 보석상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사업 분야에도 수많은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 이제 글로벌 기업이라면 '정당한 방법'에 의해 취득된 원료나 부품만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가 됐다.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프리카 민주콩고산 주석이나 탄탈륨 사용 금지를 부품 공급사들에게 요구했다. 주석과 탄탈륨은 휴대폰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

그 상당량이 오랜 기간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민주콩고에서 채굴된다. 이 원료를 판 돈으로 민주콩고에서는 무기를 사고 군인을 모은다. 원료를 사줄수록 학살은 늘어나는 셈이다. 이것이 삼성전자가 해마다 한 차례씩 부품회사 진단을 통해 원료 공급망 관리를 하게 된 이유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직원들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폐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 프로그램에 따라 활동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특정 국가의 문제가 있는 물품의 구입을 금지하는 일은 수많은 사회적 책임행위(CSR) 중 하나"라며 "그것은 기부나 사회적 기업 육성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 "원료 구매에서 폐품 활용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CSR의 특징은 한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시스템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품 CSR'이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친환경 포장 기법. 세탁기 포장재를 기존 종이박스에서 재활용 가능한 필름 형태로 바꾸는 '수축포장 방식'을 개발했다.

포장 과정에서 접착제등이 사용되지 않아 포름알데이드 등의 유해물질 방출량을 최대 77%까지 감소시켰다. 특히 종이박스 제조에 쓰이던 펄프 사용량을 70% 가량 줄이면서 연간 10만 그루의 나무심기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미국과 캐나다 전 지역에서 '삼성전자 폐전자제품 자발적 회수ㆍ재활용 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환경청이 지난 2009년 11월 이 프로그램을 우수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2차 전지 생산업체 삼성SDI(006400)도 에너지 절감 부문의 CSR에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국가대표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전력소비량을 과거보다 절반 이상 줄이는 기술과 생산된 전기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때에 쓸 수 있도록 저장하는 기술 등은 이 회사의 매출 확대는 물론, 에너지 절감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새로운 친환경 기술인 수축포장 방식(왼쪽)과기존의 종이박스 포장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제품의 생명주기를 꼼꼼히 뜯어 보면 기업의 CSR이 보인다"며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10년 뒤 삼성 위해 더 많은 노력 기울여야"

물론 삼성의 CSR이 제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부와 자원봉사, 사회적 기업 육성, 상생협력, 준법경영, 무료 의료지원, 농번기 일손돕기 등 크고 작은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삼성은 해외 동종업체들과의 담합 행위 근절을 위해 임직원 대상 특별 교육에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담합은 일종의 '선택 사항'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에는 담합을 하다 적발되는 임직원은 반드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내부 인식이 바뀌었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009150) 등 3개 계열사는 미국 다우존스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지수(DJSI)에 편입돼 있다. 글로벌 DJSI는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 경영 평가에서 상위 10%에 든 기업들을 뽑아 등재하는 지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DJSI 편입이 기업의 명성과 가치를 높여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위험도는 낮은 반면 신뢰도가 높은 기업으로 인정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만큼이나 해외의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부지런히 비재무적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에 뒤쳐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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