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현대그룹)③`화약고` 현대건설 M&A

"현대건설 M&A, 현대그룹 크레딧에 최대변수"
채권단-현대그룹-범현대가 접점찾을까 주목
  • 등록 2010-07-28 오후 1:50:00

    수정 2010-07-28 오후 3:10:31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인수합병(M&A)시장의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000720)은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건전성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화약고`다. 대형 M&A의 속성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당사자도 많다. 매각 주체인 채권단과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현대그룹, 그리고 범현대가(현대중공업(009540)·현대차(005380)·KCC(002380)) 등 저마다 입장과 셈법이 다르다. 최근 2년간 대형 M&A의 후폭풍에 시달렸던 채권시장과 크레딧시장 관계자들은 아무쪼록 부작용이 적은 해법이 도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 아킬레스건

현대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현대건설이 갖는 의미, 좀 더 구체적으론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011200) 지분의 의미는 각별하다.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는 현대그룹 지배구조에서 현대상선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자가 현대그룹을 지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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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말 현재. 현대그룹 지배구조


현대상선의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측이 40.2%(이하 상환우선주 포함),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현대가가 30.6%, 현대건설이 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측과 범현대가가 4년 넘게 맞서온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상선 나아가 현대그룹의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톱니바퀴다. 현대그룹이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상선 지배구조. 상환우선주 포함(왼쪽) 상환우선주 미포함(오른쪽). 자료 : 동양종금증권


◇ 부작용

문제는 현대건설 인수가 불러올 재무부담이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확장하다, 크게 뒤탈이 났던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금호산업 신용등급 추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047040)을 인수했던 2006년 당시 주력계열사였던 금호석유(011780)화학과 금호산업(002990), 아시아나의 신용등급은 BBB에 불과했다. 대한통운(000120)까지 집어삼킨 2008년엔 설상가상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결국 금호아시아나의 주력 기업들은 버티다 못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073240)의 신용등급은 `CCC`급으로 추락했다.

신용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BBB나 A 이하인 기업이 무리하게 외형확장에 나설 경우 빚더미에 짓눌려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뛰어들 경우 실질적인 자금줄이 되어줄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현재 `A`다. 작년말 기준 현대그룹의 부채비율(금융회사 포함)은 297.31%에 달한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 체결을 요구할 만큼 재무사정이 순탄치는 않다.

◇ 돈 나올 곳 어디 어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비해 비축해 놓은 실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금 1조2158억원(3월말 기준)을 포함해 1조3000억원 정도다.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의 지분가치(3조~4조원)에는 크게 못미친다.

현대상선 선박을 통해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 back)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작년 6월말기준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의 가치는 4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상당수 선박은 이미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장기미지급금, 즉 선박금융의 담보로 제공된 상황이다. 따라서 배를 담보로 추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6800억~1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세일즈앤 리스백을 실시하면 유입되는 현금만큼 부채가 늘고 금융비용도 높아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리스 비용이 채권발행 비용 보다 높기 때문에 긴급한 유동성 마련이 아닌 경우엔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대증권 등 일부 계열사를 팔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대그룹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M&A업계 관계자는 "재무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FI) 영입을 통해 채무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FI에 대한 수익률 보장이나 풋백옵션 부여 등의 조건이 가미될 경우 우발 채무로 남아 재무건전성을 계속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안모색

현대그룹과 재무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은 재무약정을 맺더라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규투자(현대건설 인수)는 별건으로 하는 조건부 MOU를 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무리한 M&A로 그룹전체가 다시 재정위기에 빠질 경우 고스란히 채권은행의 부담으로 돌아올 지 모른다는 우려가 채권단내 상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거론되고 있는 방안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사실상 분리 매각하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을 인수한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셜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을 내다팔듯, 옵션을 걸어 현대건설 인수자가 현대상선 지분을 일정기간내 매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현대그룹 입장에선 설사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다만 유력한 인수후보에 올라 있는 범현대가가 이를 용인할 것인지가 변수다. 한편 현대그룹측은 "채권단으로부터 공식 제안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우의 수를 가정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현대건설 인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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