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청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나

법정관리인, 청산가능성 언급..회사측 "경각심 고취차원"
쌍용차 안팎 반응 "누가 쌍용차 사겠나"
내부에서도 "사기만 저하될 뿐" 지적
  • 등록 2009-03-13 오후 12:38:43

    수정 2009-03-13 오후 12:38:43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쌍용차 구입요?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회사 제품을 어떻게 사겠습니까?"
 
쌍용자동차(003620) 법정관리인이 청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삼일회계법인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법정관리인의 이같은 발언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박영태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12일 평택공장에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지금은 솔직히 기업이 영속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재산 조사를 해보니 채권단 입장에서는 차라리 쌍용차를 청산하는 것이 빚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쌍용차측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실제 청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기 보다는 회사 내부적으로 회생을 위한 경각심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언급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도 쌍용차의 청산에 관해 어떤 입장도 전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 청산과 존속 여부는 법원이 정할 문제"라면서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청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전혀 없다"고 잘라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 조사위원이 조사보고서를 작성중인데 (채권단에서) 입장을 밝힐 시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회계법인이 실사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어 속단하긴 이르지만, 법원 역시 현재로선 쌍용차의 청산에 무게를 별로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박영태 공동관리인의 발언이 설사 긴장감 고취용이라 할지라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들이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쌍용차 회생을 짊어질 법정관리인으로서 채권단과 정부에 긴급 자금 투입을 호소해야 할 처지에서 이같은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내부 직원들도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키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한 직원은 "생산량도 줄어들고 구조조정 얘기도 나오는 등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희망을 줘도 부족할 판에 일할 의욕만 더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쌍용차 판매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분위기다. 청산 가능성이 있다는 회사의 차를 어느 소비자가 사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노조를 설득시켜 구조조정을 해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내부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와 경각심을 불어넣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 "그러나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측에서 청산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하는 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을 잘못 선택한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마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 관련기사 ◀
☞산업은행 "쌍용차 청산입장 밝힌 적 없다"
☞쌍용차 "올 내수점유율 20%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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