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칭 '이태원 마니아'라는 주부 김은세(40)씨, 그녀의 주장은 이랬다. "최근 1~2 년 사이에 청담동 콜렉트숍 뺨치는 인테리어 숍, 옷 가게가 엄청 늘어났거든요. 요즘 쇼핑 좋아하는 미시족은 죄다 이태원으로 몰려요."
박보람(26)씨의 풀이는 조금 달랐다. "거리가 바뀌어서 그래요. 상가 골목골목에 들어선 가게들이 유럽의 노천 카페를 연상시켜요. 아기자기하고 세련되기까지 하죠. 요즘은 다들 이태원을 '이태리'라고 부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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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광운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김민수(27)씨의 의견은 어떨까? "물이요? 눈이 즐거워졌다니까요! 이태원 거리를 다니는 여자들 중 외모나 옷차림이 눈에 띄는 사람이 전보다 많아졌대요. 세련되고 예쁜 여자 보려고 이태원 온다는 친구들 많아요. 하하."
굳이 여러 사람 말을 들어볼 것도 없겠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빠져 나와 이태원 골목 골목을 걷다 보면, '짝퉁 천국, 쇼핑고수가 아니면 물건 고르기 힘든 시장, 싼 게 비지떡…'이란 이미지를 연상시켰던 이태원이 산뜻한 주말 나들이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하듯 쇼핑을 즐기는 20~30대 여성들, 쏟아지는 햇살, 테라스가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까지. 한 때 가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춤추고 술 마시고 어지러워 이태원이란 이런 델까"(노래 '이태원 이야기' 중)라고 읊조렸던 이태원 대신, 이젠 화창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이태원의 '맨 얼굴'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