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지 화려한 것에만 신경을 써서 마치 세면도 하지 않은 채 화장을 하는 것처럼 그럴듯하나 알맹이가 없는 경제운용에 몰두했다.
정부는 5공에서 파생되어온 정권이기때문에 적어도 5공 정부가 제대로 한 것이라면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쉽고 무난한 평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5공 정부가 안정과 자율 그리고 개방화를 표방했고 그것이 모두들 옳은 방향이라고 말하던 그것만이라도 못이기는 체 이어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미 위험수위를 보인 경기과열화를 먼저 진정시켜야 했고, 본격화되고 있는 개방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자율기능을 강화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방향에서 무엇보다 산업구조의 전환과 개편이 시급했다.
농업은 1차 산업을 어떻게 과감히 정비해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가. 제조업분야는 경쟁력을 감안, 어떻게 첨단 분야로 집중 유도할 것인가. 서비스산업분야에 있어서도 개방화에 대비, 어떠한 전략과 투자로 선진화를 앞당겨야 할 것인가.
그런데 6공 1기정부는 유감스럽게도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일만 저지른 경우도 많았다. 안정을 시켜야 한때 돈을 풀어서 불안정을 촉발했고, 개방화한다면서 즉흥적으로 또는 이랬다저랬다 갈팡질팡하다가 선진 주요 국가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했다. 자율화를 도모한다고 하더니 점차 정부간섭만 심해져 버렸다.
적어도 쌀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우선 국민적 여론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장 개방을 최대한 유예하면서 한편으로는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농업구조개편을 통해서 경쟁력을 키웠어야 한다.
쌀이 이제는 남아도는 지경이니 산골짜기 천수답은 과감히 없애고 기업농을 육성, 생산비를 다운시키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농자천하지대본의 구시대 가치 관념에 포로가 된 채 정부가 책임져 주는 산업으로 남아 있어서는 항상 그것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만다. 농업안보론에 묶여있기보다 농업의 시장화를 이미 그때 도모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경제운용이 어려워 잘해보려고 했으나 제대로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를 제멋대로 주물러 아예 잘못 만들어버렸다는 질책을 받아야 된다는 얘기다.
5공 정부 보다도 한술 더 떠 정부 스스로가 과소비를 주도했다.
소련에 차관을 주고 국민적 동의도 없이 서울평화상을 제정, 거액의 상금을 주고 또 느닷없이 청와대를 새로 건축했다. 정부 스스로가 나서서 샴페인을 터트리게 되어 기업인도 근로자도 국민 모두가 취하게 되고 그래서 진작 꺼졌어야 할 거품이 터지기는커녕 더욱더 부풀어갔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거품이 터지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러 터지게 되니 그 소리가 큰 만큼이나 피해도 크기마련이었다.
경제체질의 약화가 심회되면서 결국 우리 경제는 네 마리 용중에서도 선두주자라던 화려한 평가에서 지렁이로 변해버렸다는 비웃음의 폄하로 되돌아왔다. 결국 그런 가운데 주가도 떨어져야 할 때에 떨어지지 못하고 상승기류에 휩싸여 날이 오르다 한순간에 수직낙하하면서 추락의 속도도, 기간도, 그리고 그 폭도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었던 것.
어떤 사람들은 6공 정부가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 만큼 무능 무사안일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애써 동정론을 펴기도 한다. 과도적 정권이 잘못하면 큰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자위하곤 했다.
그러나 6공 정부는 무능했을 뿐 무색투명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정책의 과오와 실패로 경제는 더욱 멍들게 했다. 견고한 방어만 했으면 그나마 실점을 줄였을 터인데 쓸데없이 또 요란하게 소모적인 공격력을 벌여 체력만 바닥나게 했다.
그것은 장군으로서도 말할 수 없는 무능이며 또 작전치고는 매우 유치한 장난거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