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과 루슨트테크놀러지, 노키아 등이 2분기 매출부진을 경고했고 주니퍼네트웍스, 휴렛팩커드 등이 수요반등 신호에 대한 불명확성을 내비쳤으며 지난 주말에도 뉴욕증시는 스프린트 PCS와 어도비시스템즈 등의 실적경고, 투자등급 하향 등의 악재를 안고 주저 앉았다.
이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15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갔고 14일 기준 나스닥지수는 9월 저점 1423.19포인트를 불과 81포인트 남겨둔 상황이다. 지난 11일 대형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이미 9월 저점을 하향 돌파한 바 있다.
이처럼 시장에 강한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는 기술주의 추락은 과연 멈출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 것인지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다.
◇기술주 주가 충분히 빠졌나?
지난주 열린 베어스턴스의 연례 테크놀러지 컨퍼런스의 주제 또한 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베어스턴스의 테크놀러지 애널리스트 앤디 네프가 "기술주의 주가가 충분히 빠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모두가 침체라고 생각할 때가 진정한 강세장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단지 흥미로운 반론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배런스는 이날의 컨퍼런스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침울할대로 침울한" 상태였다면서 누구도 네프의 말대로 기술주가 바닥을 확인했다고 여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뱅크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스티브 샐로펙은 "어느 종목도 필요할 정도로 본질가치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기술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부에서는 지난해와의 통계자료 비교를 통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놓기도 한다.
시장 조사기관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직전인 현 시점까지 175개 기술기업들의 실적경고가 나온데 비해 올해에는 소폭 줄어든 102개 기업이 실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퍼스트콜의 척 힐 이사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기술주에 대한 실적경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통계를 발판삼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주의 부활"마저도 꿈꾸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의 매니징 디렉터 마크 피츠제럴드는 "부정적인 실적경고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실제 기업들은 놀라운 낙관적인 실적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콜 집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이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59%인 반면, 41%의 기업만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 피츠제럴드의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준다.
◇낙관보다는 비관쪽 무게쏠려
그러나 아무래도 이같은 낙관론이 실적에 대한 깊은 우려감을 씻을 만큼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스 베이 테크놀러지 파트너스의 제너럴 파트너인 브루스 루패트킨은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기업들이 좀더 진지해지기 시작하거나 버블때처럼 성장수준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현 매출 수준내에서 조업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체들의 목소리도 이와 같은 흐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휴렛팩커드와 시스코시스템즈 등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주주들에게 하반기 기술회복이 불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는 "고무적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시스코의 CEO 존 체임버스는 "긍적적인 반등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우려감만 확인시켜줬다.
대부분의 기술기업들은 하반기 성장을 포기하고 비용절감 등 소극적인 노력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휴렛팩커드는 이달초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에서 2004년까지 3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휴렛팩커드와의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산미나-SCI는 CSFB에 의해 올해 매출 전망치와 투자등급을 강등당했다.
전문가들의 확신에 찬 쓰디쓴 전망들도 이어지고 있다.
에흐렌크란츠 킹 너스바움의 수석 투자 스트레티지스트 배리 히먼은 기업들의 실적경고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IT지출이 늘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최신개발 소식도 전혀 없다. 이는 통신주에는 재앙이며 하반기 반등이란 없어 보인다"고 단언했다.
BPI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의 헤지펀드 매니저 존 비첼메이어는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러나 나스닥을 비롯한 기술주 지수에 대한 악재성 뉴스들이 아직 지수에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나스닥 시장이 향후 실적이 발표되는 몇달 내에 새로운 저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첼메이어는 "사람들은 기술기업들이 완전히 삼진당한 것에 놀라고 있지만 아직도 이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월스트리트는 지금 2분기 실적도 별로이겠지만 3분기에도 회복될 조짐이 없다는 복합적인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