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궁평항 나왔나요?” “춘장대 지금 출발합니다.” “비인 보입니다!”
| 지난 5일 충남 서천 비인해변에서 촬영된 야광충.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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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구호같은 이 대화는 최근 국내에서 발견된 ‘야광충’을 보려는 사람들이 정보공유를 위한 대화방에서 주고 받는 말이다. 충남 서천 등 서해안에서는 파도가 칠 때마다 파란색 야광빛이 아름답게 빛나는 야광충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야광충이 출몰할 지 모르니 ‘야광충 정보 공유방’ 대화방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일 밤 야광충 정보를 주고 받으며 관광 스팟을 찾는다.
‘바다의 반딧불이’로도 불리는 야광충은 일종의 플랑크톤이다. 낮에는 분홍색을 띠며 과다하게 번성하면 적조를 일으키는 골칫덩이이지만, 밤에는 충격을 받으면 파란색 빛을 발산한다. 지난 5월부터는 충남 서천의 춘장대 해수욕장, 비인해변 등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해수를 따라 움직이는 플랑크톤의 특성상 매일 출몰 위치가 바뀐다. 또 썰물이 빠져나가는 시기에는 해수가 빠져나가 야광충을 보기 어렵다. 야광충을 쫓는 사람들은 통상 만조 2시간 전에 야광충을 잘 목격할 수 있다거나, 비가 온 다음날에는 보기 힘들다는 등 ‘팁’을 전수한다.
| 지난 6일 충남 서천 비인해변에서 촬영된 야광충.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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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리나라에서는 야광충을 잘 볼수 없고 몰디브 등 해외 관광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몇년 새 기후변화로 바다가 따듯해지며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처럼 푸른 빛을 내는 야광충에 매료된 사람들이 몰리면서 충남 서천 일대의 중심 관광지도 바뀌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충남 서천군의 중심 관광지는 서천 특화시장이지만 지난 5월 중심 관광지는 ‘춘장대 해수욕장’이 1순위로 바뀌었다. 연관 관광지 역시 장항스카이워크, 장항항 오징어꼴갑축제 등 문화관광 유형에서 홍원항, 비인해수욕장 등 ‘야광충 출몰지’ 위주의 자연관광 유형이 1, 2위를 차지했다.
| 충남 서천군의 지난해 5월 중심 관광지(왼쪽)와 지난 5월 중심 관광지(오른쪽). 네비게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천군의 관광지 중 타 관광지로 연결되는 지점을 도출한 것이다. (사진=한국관광 데이터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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