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심부전 ‘좌심실 보조장치’ 이용해 치료하면 효과적

서울성모병원 윤종찬 교수팀, 고령환자 LVAD 수술 후 발생한 대동맥 혈전 치료 성공, 유럽심장학회지 발표
심장 펌프 기능 장애로 혈액공급 어려워 5년 내 50% 사망하는 심부전
약·시술 치료 안 되는 중증 심부전 환자 최적합 치료법
  • 등록 2023-03-23 오전 10:15:50

    수정 2023-03-23 오전 10:15:5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심부전은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몸 전체에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심부전 진행시 심장기능 저하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심장의 좌심실 기능을 돕는 펌프를 삽입해 전신에 피를 공급하도록 도와주는 좌심실 보조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LVAD) 치료가 가능해 진 가운데,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한 LVAD(엘바드) 수술 환자의 성공적 치료 사례가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온라인에 먼저 게재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교신저자)·이소영(제1저자), 영상의학과 장수연(공동저자) 교수팀은 최근 LVAD 수술 환자에서 발생한 대동맥 근위부 (대동맥 판만 바로 위 쪽) 혈전을 다학제 접근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하였다. 70대 환자는 심근경색 후 허혈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심부전 증상 악화로 1년에 세 차례 이상 입원 치료와 심장이식을 대체하는 근본적 치료로 LVAD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11일 째, 대동맥 판막 바로 윗부분에 큰 혈전이 발견되어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학제 협진을 통해 혈전 제거를 위한 재수술을 하기 보다는 LVAD 펌프 속도 조절 및 항응고제 치료를 우선적으로 조절해 보기로 했다. LVAD 펌프 속도를 조절하여 혈전으로 인한 전신 색전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결과, 3주 후 혈전은 사라지고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없이 호전되어 퇴원했고, 심부전 증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A, C] CT에서 대동맥 판막 바로 위 부분에 큰 혈전이 관찰된다. [ B, D] LVAD 기기 조정 및 항응고제 치료 후 추적 관찰 CT에서 혈전이 소멸됐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적 혹은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전신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로 호흡곤란, 부종, 피로 등이 주 증상이다. 이는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근병증, 확정성 심근병증, 고혈압, 심장 판막증 등 다양한 심장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심부전 환자 수는 약 75만명 정도이며 식습관의 서구화, 신체활동 부족 등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의 증가와 고령화로 유병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부전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서 입원과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80세 이상 유병률은 전체 유병률의 약 15배로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심장의 수축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은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에 4명 중 1명이 사망하고 5년 이내에는 2명 중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최근에는 예후를 호전 시킬 수 있는 여러 약제들과 시술법 등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최대한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심부전을 중증 심부전이라 하는데, 심부전 악화로 인해 6개월 이내에 1회 이상 혹은 1년 이내에 2회 이상 입원이나 예기치 않은 응급실 혹은 외래 방문을 한 병력이 있다면 이에 해당하게 된다.

심부전에 최적화된 약물 요법, 시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중증 심부전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좌심실 보조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LVAD)나 심장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LVAD 치료란 좌심실 기능이 저하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양수기의 원리와 같이 좌심실의 기능을 돕는 펌프를 심장에 삽입하여 대동맥을 통해 전신에 피를 공급하도록 도와주는 수술적 치료 방법을 말한다.

심장이식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경우 LVAD 수술을 먼저 하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추후 심장이식을 하거나 (Bridge to Transplant, 심장이식 가교치료) 고령이나 동반질환으로 인해 심장이식이 어려운 환자에서 심장이식을 대체하는 궁극적인 치료 (Destination Therapy, 궁극 치료)를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장 최신의 LVAD 기종인 애보트사의 ‘하트메이트3 (HeartMate3)’로 수술을 한다. 이는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한 원심형 펌프를 사용해 좌심실 보조장치의 기존 주요 합병증인 뇌졸중 및 펌프 내 혈전 생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모델로 현재 대부분의 중증 심부전 환자에 사용되는 안전한 기종이다.

윤종찬 교수는 “심장이식 또한 중증 심부전 환자에서 생존율을 향상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현재 뇌사 기증자 부족으로 심장이식 시행 건수에는 제한이 있고, 최근 연구에서 좌심실 보조장치 시행 시의 2년 생존율은 84.5%이며, 심각한 뇌졸중이나 펌프 교체 등 주요 합병증 없는 2년 생존율도 76.9%로 고위험 심장이식 환자의 성적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만큼 좌심실 보조장치 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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