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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케메로보주 노보쿠즈네츠크 출신인 크리스티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다. 유독 한국 문화를 좋아했고 마음 한구석에는 한국에 가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지난 2013년에는 직접 한국을 찾아 2주간 서울에 머물며 그간 꿈꿨던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귀국 후 한국에서의 유학을 다짐했다. IT전문가나 의료 미용학 박사가 되고 싶었고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고향에서 여러 일을 하며 열심히 유학비를 마련했다. 그렇게 그는 2년여 전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서울로 왔다.
크리스티나는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우고자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해 어학 강좌를 수강했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춤을 추고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사고 당일은 한국에서 핼러윈을 어떻게 기념하는지 보기 위해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함께 간 친구 역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나의 유족은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아마 질식했을 것”이라며 그가 천식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은 “크리스티나가 러시아에서 잦은 호흡 곤란으로 고통받았고 한국에서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흡입기를 사용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유족은 크리스티나의 시신을 한국에서 화장한 뒤 러시아로 유해를 가져와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크리스티나의 자매 발레리아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조만간 한국에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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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여기 살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지만,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라고 적었다.
율리아나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그를 매우 잘 따르고 사랑했다고 전했다. 친구들은 “율리아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했다”라며 “여기서도 러시아어로 거의 의사소통하지 않았다. 외국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영어를 연습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율리아나는 러시아 현지 상황에 대해 걱정했다고 한다. 특히 고향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했다. 친구들은 “율리아나가 이태원에 갔다는 것을 알았다. 밤에 뉴스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라며 “나중에 율리아나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돌던 중에 경찰에게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율리아나의 유족들은 외무부와 친구들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달받았다.
유족은 “율리아나의 장례를 러시아에서 치를 것이라 시신을 러시아로 이송하는 것이 고민”이라며 “(장례)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진행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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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옥사나는 연해주에 사는 많은 젊은이가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라며 “사고 당시엔 옥사나가 압사의 중심에 있었고 비틀거리며 넘어졌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다리아 트베르도클렙(21)은 성균관대학교의 가을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은 2일 오전 6시 기준 156명(외국인 26명)이다. 부상자는 157명(중상 33명, 경상 124명)이다. 이 가운데 36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121명은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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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은 사망자 장례비를 1인당 최대 1500만원까지 실비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 위로금 성격의 구호금은 사망자 유족에게 2000만원, 부상자에게는 장애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원을 지급한다. 부상자의 실 치료비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우선 대납한다. 이같은 지원은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지원한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각)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발생한 외국인 사상자들에 대해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대해선 외국인도 내국인에 준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