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차 탔다가… 푸틴 '정신적 스승' 딸, 車 폭발로 사망

  • 등록 2022-08-21 오후 8:08:56

    수정 2022-08-21 오후 9:31:4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 정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60)의 딸이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애초 두긴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 정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60)이 사고 현장에서 절망하는 모습. (사진=SNS)
21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몰던 도요타 랜드크루저는 전날 오후 9시 40분께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폭발했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고속도로 펜스를 들이받았고, 이후 도로 곳곳에 파편이 흩어졌다고 증언했다. 운전대를 잡은 두기나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차량에 두기나 외 다른 이는 없었다는 것이 구조대의 설명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경찰 수사관들은 이번 사고가 폭발 장치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두긴과 그의 딸 다리야 두기나 (사진=SNS)
이에 일각에서는 딸이 아닌 아버지 두긴을 노린 계획적 범행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사회운동가 안드레이 크라스노프는 타스통신에 “두기나는 오늘 아버지 차를 운전했지만, 평소엔 다른 차를 탔다”라며 “애초 두긴을 겨냥했거나 부녀를 함께 목표로 삼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두긴과 두기나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다른 차로 각각 돌아가기로 결정할 때까지 일정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친러시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의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 소행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후 텔레그램을 통해 “두기나가 살해당했다”라며 “우크라이나 정권 테러리스트가 두긴을 제거하려다 그의 딸이 탄 차량을 폭파했다”라고 적었다.

사고 다음 날 러시아 수사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이 두기나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개입 여부는 권한 있는 당국이 판단할 일”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확인되면 우리는 국가 테러리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극우 정치 사상가인 두긴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긴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미국의 제재 명단에 두긴의 이름이 올랐다.

그의 딸 두기나는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아버지 두긴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국영TV에 나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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