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국 지방정부가 헝다그룹(영어명 에버그란데) 사태로 주요 수입원이던 부동산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으로 조달하던 자금 규모만 1조달러(약 1176조원)에 달해 지방채 추가 발행 등 대안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 중국 지방정부 미분양 토지비율(표=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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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동산정보공사의 자료를 인용, 중국 128개 도시의 경매를 추적한 결과 9월에 지방 정부가 판매에 나선 토지의 약 27%가 미분양됐다고 보도했다. 월간 토지 미분양 비율은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베이징시와 항저우시는 이번 달에 매물로 나온 토지의 60% 가량을 매각하지 못했다. 최근 지방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의 75%는 정부가 정한 기본 가격에 판매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제시한 가격에 45%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은 걸 생각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각하단 설명이다. 이에 따라 8월 중국의 토지 경매 수익은 1년 전보다 18% 줄었다.
토지 미분양이 늘어난 까닭은 중국 당국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옥좼기 때문이다. 최근 지난달 중국 은행의 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대출이 어려워지고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개발사들도 대규모 자금을 들여 토지를 매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단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 등 국내 부동산 기업이 차입금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진행해 집값을 올렸단 이유로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연쇄 도산 위기에 놓였다. 당대부동산(모던랜드)은 2억5000만달러(3000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일을 연기해달라 요청했고, 화양녠홀딩스(판타지아) 또한 만기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중국 지방정부가 재정난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하우스 중국연구개발원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재정의 약 40%를 토지 매각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입 압박에 직면해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가 토지 매각으로 올린 수익이 1조달러(11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토지 매각 수익 감소에 따른 재정 수입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내년 특별 지방채 할당량을 5000억위안(약 92조원) 늘려야 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