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애초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봤다. 지난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게 결정타였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는 피해 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었다는 뜻)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마저 이런 기류에 편승해 ‘우병우 사퇴론’을 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이튿날인 19일 청와대의 입장 표명 이후부터다. 이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수사 의뢰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감찰내용 누설 의혹만 문제 삼으며 우병우 흔들기는 ‘정치공세’, 더 나아가 ‘대통령 흔들기’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우 수석을 매개로 돌아가는 검·경과 국정원 등 사정라인이 붕괴하는 건 임기 말을 맞는 대통령으로선 끔찍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이 22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우 수석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정면돌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을지 국무회의 특성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나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등이 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회적으로나마 우 수석 관련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드 갈등과 관련, “비난에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하다”며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라”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우 수석을 재신임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떠밀려 인사하길 싫어하는 박 대통령의 성향상 청와대가 향후 적절한 시점에 우 수석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종료 등 어느 정도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우 수석 거취 문제를 결정할 공산이 큰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