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짓누르는 4대 악재` 출구가 안보인다

금융위기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
부진한 3분기 실적 전망도 부담
자금시장 경색..글로벌증시 흔들
  • 등록 2008-10-06 오전 11:37:29

    수정 2008-10-06 오후 12:56:36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6일 개장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이 또다시 급락, 올해 전저점인 1360선을 내주고 말았다.

끝모를 추락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듭되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에서 시작된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려면 아직 멀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주말 미 하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로서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

업계에서는 금융위기야 조금씩 수습단계에 접어들겠지만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는 더이상 금융위기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제는 실물경기 위기

미국 구제금융법안 통과로 시장의 이제 관심은 신용경색 위기에서 실물경기로 옮아간 듯 하다.

물론 부실자산 처리문제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합병이라는 거대 악재도 겪어낸 시장에게 금융불안 정도는 이제 내성이 붙은 충격이다.

하지만 실물경기 침체는 금융위기와 그 본질부터 다르다. 제조업 경기 부진과 고용악화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의 위축을 가져와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이제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경기침체라는 후폭풍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게 됐다"며 "금융위기 탈출과 경기침체 극복이라는 양대 위기 극복과정에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는 점, 그리고 이는 국내 증시 투자심리 악화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실적발표..`도움 안되네`

9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3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거의 낙담에 가깝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기업들의 당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거의 제자리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에 다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에 근거한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평가다.

실제치는 이보다도 더 낮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진단.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외 어닝시즌도 시장의 바람막이가 되기는 쉽지 않다"며 "국내외 매크로 환경의 악화 속에서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가스, 항공업종의 경우, 영업이익이 40% 이상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자금시장도 경색..시중에 돈이 없다

미 구제금융법안의 통과로 외화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중에 자금이 융통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당장의 자금난에 허덕이며 오늘 내일을 넘기기 힘든 상항이다. 이날도 달러-원 환율은 40원이상 폭등했고, 시중 금리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에 사상 처음으로 연 10%선을 넘어버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연일 상승추세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그만큼 시장의 자금압박이 적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

사정이 이쯤되면 오는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어볼 법도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인플레 우려로 인해 금리인하는 아직 언감생심이다.

◇믿었던 유럽·중국..너 마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중국에도 전염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

독일에서는 정부가 직접 5680억유로에 달하는 독일 은행의 개인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뱅크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유럽은 리세션(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시장의 진단이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지표상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아일랜드는 2분기 GDP가 0.5% 감소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국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들의 통폐합도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이미 영국 정부가 모기지 업체인 브레드포드 앤 빙글리를 국유화했고, 베네룩스 3국이 공동출자한 포르티스는 부분 국유화됐다. 포르티스의 벨기에 지분 75%는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가져갔다.

중국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6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그의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세계 제조업의 전초기지라는 중국이 몰락할 경우 전세계, 특히 최대 교역국인 한국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미국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위기 경험을 갖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검증이 덜 된 중국은 얘기가 다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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