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대주주 일가의 주식 증여 방식에는 편법도 등장한다. 증여액에 따라 최대 50%까지 세금으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교묘하게 법의 그물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있다. 최근 주식의 편법증여 방식에는 회사를 통한 우회 증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회사를 통한 우회 증여는 주로 그룹 회장들이 자녀 명의로 된 회사에 주식을 몰아주고, 그 회사의 가치와 이익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8년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장남인 태영 씨와 차남 재홍 씨가 주주인 삼진이엔지에 본인 소유의 주식 100만주를 증여했다. 국세청은 “주식 증여로 삼진이엔지의 주식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총 463억원을 증여한 것과 같다”며 박 회장의 두 아들에게 각각 242억원과 85억원의 증여세를 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000080) 측은 “이미 증여와 관련해 법인세를 냈기 때문에 주주에게 다시 증여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버텼고,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다.
효성가(家) 또한 조석래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디에스디엘(옛 동성개발) 회장이 세 자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디에스아이브이(옛 광문타워)에 주식을 물려준 것이 문제가 됐다. 조욱래 회장이 2007년 디에스아이브이에 디에스디엘 주식 61만5793주(93.9%)를 넘겨줬는데, 국세청은 세 자녀의 지분 가치가 348억원 증가했다고 판단해 254억원의 증여세를 내도록 했다.
대양금속(009190) 오너 일가도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문제가 발생했다. 강석두 대양금속 회장이 지난 2007년 10월 비상장계열사인 대양디엔씨에 대양금속 주식 488만5110주(17.9%)를 증여했는데 이 회사는 강 회장의 아들인 강찬구 대표와 그의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강 대표와 그의 자녀들에게 40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토록 했다. 효성그룹과 대양금속은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냈지만 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행정소송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등의 오너 일가에 대한 과세 결정은 모두 정부가 2004년부터 시행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따라 국세청이 강도 높게 과세하고 있는 사안이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부유층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법에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재산 무상이전이나 가치 증가분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특히 국세청은 흑자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주주가 얻은 이익에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국세청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주저해오다가 최근 적극적으로 과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에서 새로운 과세 논리를 얼마나 수용해주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 증여의 트렌드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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