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 4일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현 KB금융(105560)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림에 따라 금융당국에선 그 일차적 책임을 황 회장에 있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예금보험공사도 조만간 예보위원회를 열고 직무정지나 해임권고 상당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 안팎에선 1차 책임이 황 회장에 있다면 우리금융(053000)의 대주주이자 공적자금 투입기관을 감독·점검하는 예보와 금융감독당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감독당국의 책임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쪽의 얘기는 크게 세가지로 보여진다. ▲당시 정부 및 감독당국 차원의 금융사 해외진출 및 IB확대 정책으로 사실상 해외투자를 부추긴 점 ▲대주주 및 감독당국으로서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관리감독 소홀했던 점 ▲이미 한차례 경징계 후 중징계로 돌아선 점 등이다.
특히 황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임시절인 2004년 3월~2007년 3월 당시엔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과 투자은행(IB)부문 강화 등을 한목소리로 부르짖었던 때다. 마치 유행처럼 각 은행들이 해외진출 및 투자에 앞장섰고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농협 등이 `듣도보도 못한`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까지 공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때문에 금융당국 또한 간접적으로 이같은 투자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보는 우리금융의 대주주로서의 책임과 함께,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안전하게 유지·회수해 돌려줘야 하는 의무도 갖고 있다.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이나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약정에 따른 이행실적 점검 및 재산에 관한 보고, 자료제출을 요구할 권한을 예보에 주고, 이를 금융위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매분기별 이행실적을 점검했으면서도 예보가 이를 눈치챈 것은 2007년 4분기 결산 즈음에서 였다. 금감원도 같은 해 5~6월 종합검사를 했으나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예보 관계자는 "200조~300조원 되는 자산을 감독기관이 건건이 다 파악할 순 없다"며 "은행 스스로 `나 깨먹었소`라고 얘기하지 않는 이상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예보 등 감독기관 관계자들은 감독기관의 역할이 사후적 관리 및 조치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상시감독을 해야 하는 실제 감독기관의 역할과도 거리가 있다.
그러나 감독기관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이뿐 아니라 같은 건에 대한 예보의 판단이 2007년 4분기엔 성과급 차감 수준의 경징계에서 이번에 직무정지 또는 해임상당의 중징계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도 의아해하고 있다.
예보는 2007년 4분기 점검 후 지난 2008년 4월 `리스크관리체계 미흡` 등을 이유로 당시 담당 임원에 1개월 이상의 정직, 그리고 황 회장에 대해선 `경고` 상당의 성과급 차감조치를 권고했다.
올 1월엔 2008년 3분기 점검 결과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2007년 3월말~2008년 5월말)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에 도의적 책임 등을 이유로 주의적 경고 조치했다.
당시 황 회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이미 한번 징계를 했다는 점 때문에 또다시 책임을 묻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건에 대한 판단 잣대가 모호하고 뒤늦게 사태가 불거진 후에야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 역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사항이다.
또 이같은 점들은 황 회장 징계를 놓고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한게 아니냐는 금융계의 시각을 더욱 굳히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금감원이 박해춘 이사장에 대해선 황 회장과 달리 `주의적경고`에 그쳤다는 점 또한 이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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