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 "역시~"

두산STS 등 4개 비핵심 계열사 PEF에 매각..6300억 유동성 확보
PEF 내 두산 지분 51%..향후 PEF 자산 매각시 투자차익 기대
  • 등록 2009-06-03 오전 11:24:44

    수정 2009-06-03 오전 11:24:44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밥캣 인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그룹이 은행권과의 재무개선 약정을 고사(?)했던 이유가 드러났다. 두산(000150) 스스로 당면한 재무적 난관을 뚫을 비책이 있었던 것이다.

두산은 미래에셋맵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함께 투자목적회사(SPC)를 만들어 두산DST, SRS(버거킹), 삼화왕관(004450), KAI 지분 등 그룹 비핵심 계열사 4개를 78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SPC는 이번 인수를 위해 5500억원 출자금 외에 약 2300억원 규모의 은행 차입을 일으킬 예정이다.

이번 매각으로 두산은 6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총 거래금액 7800억원 중 두산이 SPC에 순출자한 1300억원 등을 제한 금액이다.

두산은 이렇게 마련한 유동성에 기존 보유 현금을 보태, 작년 추진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무산됐던 10억달러 규모 DII(밥캣 지주회사) 유상증자를 재추진키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하게 되는 유동성의 대부분은 DII 유상증자에 투여될 것"이라며 "10억달러 규모 DII 증자가 완료되면 (밥캣 인수와 관련된) 시장의 우려는 한번에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두산의 구조조정 방안에 채권단도 긍정적인 화답을 했다. 채권단은 밥캣 인수 당시 맺었던 재무약정 상의 부채-EBITDA 비율 목표치를 2012년까지 7배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두산의 이번 자산 매각에 대해 시장은 여러 면에서 최선의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의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해 핵심 사업의 재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침체된 시장 여건으로 인해 헐값에 자산을 처분할 수 밖에 없는 문제도 해결했다.

두산이 SPC 출자 지분의 51%를 보유함으로써 향후 PEF 자산 매각시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주체인 PEF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두산의 비핵심 계열사 10곳 중 가장 유망한 4곳을 선별해 인수함으로써 한번에 우량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PEF는 향후 자산 재매각시 두산그룹에 대해 우선매수선택권(Right of first refusal)을 주기로 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선의의 제3자가 입찰한 최고가에 두산그룹이 되살수 있는 권리다.

두산으로서는 매각한 회사를 다시 사들일 기회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굳이 되사지 않더라도 유리한 가격 조건에 자산을 매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우량한 계열사도 그룹 성장을 위한 핵심 사업이 아니면 과감하게 팔 수 있는 생각을 가진 그룹이 두산"이라며 "이런식의 딜은 두산이 아니면 아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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