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신화는 없다"

미국 사회 이동성 세계 최저..빈부 격차 날로 확대
교육수준 격차가 주 원인
  • 등록 2005-05-17 오후 12:04:08

    수정 2005-05-17 오후 12:04:08

[edaily 하정민기자]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어림없는 소리"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든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7일 `사회 불균형 확대로 미국의 사회이동성이 멈추고 있다(US Mobility Stalls as Disparity Widens)`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사회 이동성이 세계 최저 수준이며 빈부 격차의 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불과 23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 수퍼 파워로 등극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이 `기회의 땅` 이란 관념은 무일푼의 인쇄소 견습공에서 거부가 된 건국 초기 정치 지도자 벤자민 프랭클린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가난한 제조공의 15번째 아들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링컨도 찢어지게 가난한 목수의 아들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의 위치에 올랐다. 현대 사회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는 간간히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부시 2기 정권에서 상무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카를로스 구티에레스는 트럭 운전사 출신의 멕시코 이민자다. 그러나 그는 미국 유명 식품업체 켈로그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미국의 재상으로도 뽑혔다. 이런 사실 때문에 아직도 가난하고 빈곤한 많은 미국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들 만은 보란듯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같은 믿음은 미국 사회의 안정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최대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들의 분석에서 드러나고 있다. ◇부의 세습 심각..미국 사회이동성 세계 최저 1980년 대까지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에서 부모의 경제적 우위가 자식 세대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20%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 세대가 보통 30년 이라고 가정할 때 이런 추세대로라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의 손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경제적 우위를 누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진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인식이 허구라는 사실을 속속 입증해냈다. 최근 10년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우위가 최소 45%, 최대 60% 까지 자식 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 뚜렷하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가 부자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태어날 때 부터 훨씬 우위에 놓인다는 의미다. 캐나다 통계국의 마일스 코락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의 여러 통계 자료를 분석해 세계 각국의 사회계층간 이동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과 영국이 조사대상 선진국 중 사회 이동성이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코락 이코노미스트는 "조사대상국 중 미국과 영국의 사회 이동성이 가장 저조했다"며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보다는 사정이 나았고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사회이동성이 가장 양호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같은 분석에 동의했다. 시카고 연방은행의 바슈카르 마줌더 이코노미스트가 1963년~1968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출신 가정과 1995년~1998년의 소득을 비교한 결과, 소득이 하위 25%인 가계 출신은 자신의 소득이 전체의 절반 이하에 속할 확률이 6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동세대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확률은 32%에 그쳤다. 반대로 출신 가정의 소득이 상위 25%에 속할 경우 자신의 소득은 전체의 절반 이상에 속할 확률이 65%로 높았다. 사회이동성은 인종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아메리칸 대학의 톰 허츠 이코노미스트가 미시간대학이 32년간 분석한 6273가구의 소득 상황을 분석한 결과, 소득이 하위 10%에 속하는 가정 출신 가운데 백인은 17%만이 여전히 같은 하위 계층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흑인은 자식 세대에서도 하위 10%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42%에 달했다. ◇사회 이동성 저조의 최대 원인은 `교육` 경제학자들이 사회이동성 저조와 빈부격차 확대의 최대 원인으로 꼽는 요인은 다름아닌 교육이다. 특히 대학 교육은 직업 및 배우자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이동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좋은 직업을 구하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수적이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역시 대학을 나온 배우자를 만나 자식을 좋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에 보낼 수 있다. 그들의 자식도 이같은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이동성은 교육 수준의 정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고 AWSJ은 설명했다. 부모와 자식의 IQ 상관관계도 높다. 물론 많은 조사에서 IQ와 경제적 성공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학업 성과에는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잘 사는 부모는 건강한 자식을 낳을 확률이 많고 어릴 때 건강했던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건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무시못할 이유다. 태도나 성격 등이 유전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부 혹은 가난의 세습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주고 있다고 AWSJ은 밝혔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발달로 평균 미국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지만 사회 이동성은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미시간 대학 신입생 중 3분의 1이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사람을 부모로 두고 있다는 사실은 별다른 위안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게리 베커 교수는 "가난은 하나의 문화가 아니라 수 세대에 걸쳐 세습되는 존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아직도 중산층 계층이 성공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최근 나오는 조사 결과들은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이동성 분야의 권위자인 미시간대학의 게리 솔론 교수도 마찬가지다. 솔론 교수는 "지난 20년간 미국 내부의 사회이동성은 놀랄만큼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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