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칩의 반도체 제조시설 확장·현대화를 위해 2000억원 넘는 돈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게 미 정부 기대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마이크로칩에 1억 6200만달러(약 2100억원)을 지원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장 현대화에 9000만달러(약 1200억원), 오리건주 그레셤 공장 확장에 7200만달러(약 950억원)이 투입된다.
마이크로칩은 공장 확장·현대화로 미국 내 머추얼 노드(회로 선폭 40㎚ 이상 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 생산량을 세 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마이크로칩과 미 정부 기대다. 현재 마이크론은 자사 제품 중 60% 이상(매출 기준)을 외국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컨트롤러는 군사장비와 자동차, 세탁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작동을 제어하는 핵심 비메모리 반도체여서 미국으로선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게 더욱 중요하다.
가네시 무르티 마이크로칩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지원에 대해 “우리의 국가안보·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투자”라고 평가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자동차부터 세탁기·미사일 등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노력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영국 방산회사 BAE시스템스의 군용 반도체 공장에 3500만달러(약 46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올해도 약 12개 안팎 기업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조만간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 지급 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