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 진화에 대한 비밀을 푼 스웨덴의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에게 돌아갔다. 스반테 페보는 1982년에 생물학적 활성 물질에 대한 연구로 벵트 잉에마르 사무엘손, 존 로버트 베인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부친 수네 칼 베리스트룀에 이어 부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인류 진화 부문 연구 공로를 인정해 스반테 페보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반테 페보는 불가능해 보이던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선구적 연구 업적을 남겼다. 그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호미닌인 데니소바인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과 만나고 이들 사이에 유전자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원시게놈학’과 같은 새로운 과학 분야 탄생으로 이어졌다.
노벨위원회는 “스반테 페보는 인간의 멸종한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비밀이 담긴 게놈(유전체)를 유전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연구하며 네안데르탈인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규명해 냈다”면서 “현생 인류를 멸종된 호미닌종과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밝혀내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 탐구하는 기초를 제공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사진=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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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스반테 페보는 대학원생 때부터 유전자 시퀀싱을 직접 하면서 현생인류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혈액이 섞여 현대 당뇨병 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DNA가 손상되고 박테리아가 많아 난이도 있는 분석 작업이 필요한데, 그는 이를 직접 해내 부친에 이어 노벨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 증서를 받는다. 이들은 2020년 노벨상 수상자, 2021년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한다.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