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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이끈 단일화 시너지 덕분에 국민의힘의 승리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8일과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어 “야권의 승리 요인은 안철수라는 견인차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판을 만들고, 키우고, 끝까지 지켜서 완성한 사람은 안 대표였다”며 “제1야당 압승 요인은 중도층과 젊은 층의 지지에 있는데, 부동산 실패와 정권의 위선이 이들의 분노 투표를 촉발했지만,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단일화 패배에도 선거운동을 도운 ‘공로’는 인정하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1야당 간판으로 나섰기에 승리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자”며 자당 중심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 모두 통합의 시기나 방식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명분 쌓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안 대표와 비공개 오찬을 갖고 국민의당이 원하는 합당이 어떤 형태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내 의견 수렴이 먼저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번 주에도 신경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국민의힘도 이번 주 초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향후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주 권한대행을 비롯한 일부 중진의원들은 전당대회 개최 전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마무리해 통합 전당대회를 열자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당의 요구사항을 먼저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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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통합보다 국민의힘이 자생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 안팎의 야권 통합론에 대해 “실체가 없는데 무슨 놈의 야권인가. 자신이 없으면 집어치워 버릴 것이지, 밤낮 ‘통합, 통합’ 한다”며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을 떠날 당시에도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충고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가리킨 외부 세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해석된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합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만들어놓고도 지난해 4월 15일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사례로 들며 야권 통합론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