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에도 금리 인하 없다는 한은총재 정부엔 "적극 나서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기자단 오찬 간담회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은 이례적 요인..호전될 것”
“물가전망과 금융안정 감안..기준금리 인하 고려 안해”
“최근 환율 급등했지만..외환건전성 지표 상당히 안정적”
  • 등록 2019-05-01 오후 2:10:39

    수정 2019-05-01 오후 5:18:13

제22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풀만(Pullman)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피지 난디=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1분기 역성장 ‘쇼크’에도 불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분기 이례적인 요인 때문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나오긴 했지만, 2분기부터는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도 외환시장 펀더멘털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고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국내 경기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과도하게 반도체에 의존해온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산업 다양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 촉진책 마련을 주문했다.

“2분기부터 좋아질 것..반도체 하반기 회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참석차 피지 난디를 찾아 한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0.3%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뒤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빠르게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통화정책을 동원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경기가 2분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낙관론을 앞세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는 글로벌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경기의)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부진했던 수출·투자도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물론 최근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을 밑도는 등 우려도 있고 한두 개 지표로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고 중국 당국의 경기개선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게 미·중 무역협상인 만큼 5~6월쯤 협상이 타결되는지 봐야겠지만, 중국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경기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또 ”최근 경제심리지수가 나아졌다는 것은 내막이 어떻든 간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으로 7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상회했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비관론자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환율 5일새 27원 급등했지만..“펀더멘털 이상無”

아울러 이 총재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도 확대해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최근 5거래일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41.80원에서 1168.20원으로 26.4원 급등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들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송금이 있었다. 또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여파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더해져서 최근 며칠 사이 큰 폭 올랐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화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건전성 지표가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대단히 크다”며 “과거 1~2년간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게 사실이지만 특정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외변화의 취약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통적 주력산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체질개선 노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닌지 생각한다”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2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풀만(Pullman)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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