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인 ‘대한민국, 대한국민’ 2부 행사인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하다’에서 국민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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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취임 100일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70%대 중반의 지지율로 순항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기국회 파행 사태, 북한 핵·미사일 위기 고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높은 지지율에만 결코 안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우선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별다른 해법없이 되풀이되면서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 우려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 발언 역시 갈 길 바쁜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재다.
홍준표·안철수, 文대통령에 전면전 선언…개혁과제 줄줄이 좌초?
문 대통령과 야당과의 허니문은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고강도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생존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9대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5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모두 10%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분열로 수도권 전패는 물론 텃밭 영남 사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민의당 역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호남에서의 대몰락이 불가피하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존재감 과시가 절실하다.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 위기다. 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방송장악 음모라고 강력 반발하며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만일 바른정당까지 가세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정부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대립각을 뚜렷이 했다. 대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홍준표·안철수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협치는 정기국회 시작과 더불어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여소야대 지형을 고려할 때 적폐청산, 일자리 창출, 증세, 문재인 케어, 국정원 개편 등 핵심 개혁과제 달성이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힘겨루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北 핵·미사일 위기 장기화 우려…트럼프 대통령 FTA 폐기 압박도 부담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기 국면은 풀릴 기미조차 없이 더 악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압박과 더불어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는 이른바 ‘베를린구상’을 핵심 대북구상으로 내놓았지만 동네북 신세다. 북한은 통미봉남 기조 아래서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IRBM 발사를 통해 괌 타격 능력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데 이어 3일 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로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더구나 북한이 이날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야당은 이에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 우려만 커지고 있다며 외교안보 난맥상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준비 지시’ 발언의 파문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심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개정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청와대 측은 “발언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신중한 반응이지만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물론 미국내 반대 여론을 고려하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엄포성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상마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FTA 폐기를 실천에 옮길 경우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양국 무역전쟁의 촉발도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숙제만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