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과 정치권 압력 때문에 채권단이 이날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은 MOU 체결을 연기하면서 `조건부 MOU 체결`과 같은 타협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그룹측 반응에 따라 채권단 대응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채권단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1조2000억원의 나티시아 대출금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대출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28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채권단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를 개최, 대응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 규정상 오늘까지 MOU를 맺도록 돼 있어 MOU 체결 여부를 오늘까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운영위 논의 결과에 따라 채권단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며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말자"고 말했다.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28일까지 채권단의 자료제출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기는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MOU 체결을 일정기간 연기하고, 채권단과 현대그룹측 입장을 절충할 수 있는 타협안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현대그룹도 선(先) MOU를 전제로 "MOU에 근거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해명 및 제출서류에 대해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타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지가 있다면 대출금 실체에 대해 근거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을 검증할 수 있는 대안을 현대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민·형사 소송 등 강경책으로만 일관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채권단 명분만 만들어준다는 논리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강경책으로 일관할 경우 세간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올 경우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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