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위기가 한 풀 꺾였고, 이제는 이례적으로 펼쳤던 전세계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정상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른바 출구 전략(Exit Stratege) 주장이 한창이다. 아직 회복의 싹을 꺾을 때가 아니니 급격하게 부양책을 접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늦게 출구 전략을 전개해 부작용을 초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 대처를 위해 전세계가 한꺼번에 부양책을 펼친 것은 가능했지만, 전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출구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오는 24~25일(현지시간) 열릴 제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펼쳐질 지 그래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출구 전략의 필요성은 이제 전세계가 동의하고 있다. 너무 늦어선 안된다고 촉구하는 쪽의 주장이 있는가 하면 너무 시점이 일러도 이제 막 물오른 경기 회복의 기세를 죽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잖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출구 전략이 실패할 경우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IMF "출구전략 실패하면 경제회복에 타격"
또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는 것은 여전히 이르다고 판단하지만, 정부가 출구 전략을 전개할 것이란 기대를 갖도록 `커뮤니케이션`하기엔 절대 이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지금 당장이 출구 전략을 시도할 시점은 아니지만 언젠간 적절한 출구 전략을 쓴다는 인식을 심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촉발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각국 정부의 통화 당국 역시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10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현행 2.0%에서 동결하며 11개월째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영국은 10일부터 이틀간 열릴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금리 및 양적완화(국채매입) 조치의 유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히려 양적완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 예치금 이자율 인하 등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련기사 ☞ 英 BOE, `예치금 이자율 인하` 카드 쓸까
◇ 출구 전략의 글로벌 동조가 가능하다면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역시 출구 전략이 주요 화두가 되고, 이의 전세계적인 공조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출구 전략의 시점은 부양책 만큼 동시다발적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복의 정도나 경제 사정이 각 국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쐈고, 역시 인플레가 걱정되는 인도가 다음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는 이미 출구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공언해 왔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도 지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한 날에 출구 전략을 취하자는 게 아니라 회복을 해치지 않도록 함께 확신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