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대표적인 패션코드가 바로 키치(kitsch). 조금은 유치한 알록달록 색상과 그림, 과장된 장식들의 키치는 팬시 소품과 같은 재미와 함께 패션 주류에 반항하는 쾌감도 가져다준다.
키치는 통속적이고 저급한 예술을 이르는 단어로 출발했다. 산업화의 물결이 유럽을 휩쓴 19세기 말, 대중문화도 점차 커지면서 중산층은 귀족들만이 향유했던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아직 안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저가의 그림들이 제작되고, 물건을 속여 파는 행위가 이어지자 이들을 뜻하는 말로 키치가 쓰인 것.
비록 키치가 예술을 흉내 내는 수준으로 시작했다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중 속에 자리 잡은 예술 장르로서 그 의미를 갈아입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극적, 즉흥적으로 표현되는 키치는 점차 더욱 가볍고 조잡한 모습으로 B급이기를 자처하며 기성 예술을 비웃고 있다.
대중문화로서 상업적인 가치도 요구되다보니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은 종종 딱딱한 액자에서 벗어나 키치 스타일의 상업 제품으로 대중과 만난다. 인테리어 소품에 그려진 나라 요시토모의 뿌루퉁한 소녀들, 루이 비통의 고유 문양에 개성을 더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그림, 롱샴 백을 꾸민 트레이시 에민의 패치워크 등.
재미있는 그림과 로고를 니트에 넣는 소니아 리키엘과 동화 삽화와 같은 일러스트를 즐겨 사용하는 츠모리 치사토는 걸리쉬 키치로 사랑받는 디자이너들.
올 가을, 겨울엔 모델들의 머리에 미니 마우스와 같은 귀 장식을 달고 베이비돌 스타일을 입힌 잭 포즌과, 광대 복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형형색색 그래픽 무늬를 선보인 엘리 키시모토가 키치 코드를 이어갔다.
또한 팝아트를 적극적으로 접목해온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은 이번 시즌 스마일 모티브와 유머러스한 그림 프린트를 전개했는데, 내년 봄을 겨냥한 컬렉션 무대에는 오바마의 모습을 담은 드레스를 올려 화제를 일으켰다.
자신감이 붙었다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엉뚱한 믹스 앤 매치도 도전해볼까.
키치 문화가 가볍고 저속해보여도 인정받는 이유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러니까 가장 키치다운 패션은 바로 제멋대로 연출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일까 걱정은 접고 마음껏 즐기는 거다.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대표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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