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괘씸하다`..美 비난여론 들끓어

  • 등록 2006-08-10 오전 11:20:54

    수정 2006-08-10 오전 11:28:41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일본 1위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올해 북미시장 점유율을 높여 다임러크라이슬러를 꺾고 3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7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포드를 넘어 2위까지 올랐다.

온갖 품질 조사 등에서 `도요타 사랑`을 외쳐대는 미국인들이지만, 텃밭을 빼앗기는 것을 잠자코 볼 리는 없다. 특히 최근 도요타가 자동차를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본격적으로 비난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수입비중이 높아지면서 미국 내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어가는 만큼, 일자리 창출 등 기여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요구다.

◇도요타, `일본서 만들어 미국서 판다`..수출 급증

도요타는 최근 북미지역서 새로운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고, 어떤 경쟁사들보다도 빠른 속도로 북미 공장을 지어대고 있다. 포드와 GM 등 토종 기업들의 부진을 틈타 빠른 속도로 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올해 북미시장 점유율은 14.9%로 다임러크라이슬러보다 높은 3위 수준. 지난 7월 매출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포드를 넘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GM이 26.2%의 점유율로 여전히 1위를 수성중이나, 정점이던 1962년 51%에 비하면 그 위상은 확실히 낮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도요타의 성장세가 강해질수록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수가 급증한다는 점.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도요타의 자동차수는 10년 연속 증가했으며, 현재 속도라면 올해 102만대(1986년) 고지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도요타 자동차 147만대중 45%인 66만6566대가 일본으로 수입돼 지난해 32%에서 더 늘었다. 이에따라 현지생산 비중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55%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인 혼다와 닛산의 현지생산 비중은 각각 78%씩.

이에 대해 도요타 측은 북미지역 수요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수입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네디스 두니오 북미지역 부사장은 "북미지역 현지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도요타는 현재 연 150만대 수준인 현지생산량을 오는 2008년 2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샌 안토니오에 픽업트럭 생산공장을 신설했으며, 현 600명 규모인 연구센터 직원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현지생산 늘려라`..비난 여론 와글와글

하지만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기대도 커지는 법. 도요타를 보는 미국의 시선은 이미 곱지 않다. 학계와 재계, 업계가 입을 모아 미국 내 영향력이 커진만큼 미국 고용시장과 경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할리 사이켄 교수는 "자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것은 도요타의 수익성에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향후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도요타가 현지 광고에서 `미국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 점도 서운함을 배가시켰다.

도요타는 광고에서 `훌륭한 미국 시민들을 고용하는 것을 통해 훌륭한 미국 기업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또한 미 공장과 배급 산업에 38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동차 연구센터의 킴 힐 이코노미스트는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면서 미국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미시간주 상원의원인 도날드 리글 역시 "도요타의 행동은 문제가 되며 지나치게 탐욕적인 것"이라고 힐책했다.

이에 앞서 예산처가 1982년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78년~1982년간 해외 자동차 수입으로 인해 미국 자동차 관련업계에 30만2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이 더 심화된다면 미국 내 `국산차 타기` 캠페인이 더 호응을 얻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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