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으로 중소형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현대차(005380)의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가 뜻밖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그러나 싼타페, 투싼 등 SUV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주춤거려, SUV로의 확장 전략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9월 미국내에서 현대차의 차종별 판매 증가율을 보면, 엑센트가 전년대비 64%로 가장 높았다. 엘란트라가 11%, 쏘나타가 3%로 뒤를 이었다. 특히 엘란트라는 1만758대가 팔려, 3월부터 7개월 연속 1만대 이상을 팔았다. 엘란트라는 올들어 9월까지 9만6532대가 판매됐다. 전년동기 대비 12%의 증가율을 기록, 현대차 전차종 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야심작 NF쏘나타는 현지 언론의 잇따른 호평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야 겨우 1만대 판매 고지를 넘었다.
중소형 세단의 강세와 SUV의 퇴조는 고유가로 인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소형 차종이 고유가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셈.
현대차는 그러나 SUV 쪽으로의 영토확장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07년까지 테라칸 후속의 7인승 정통 SUV(프로젝트명 EN)를 내놓을 예정이고, 싼타페 후속(프로젝트명 CM) 모델도 내년초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SUV 중심 전략이 고유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부분 수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기본적으로 승용차 부문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SUV 등으로의 시장 확장을 도외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SUV 시장 환경이 바뀐만큼 이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SUV로의 확장 자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고유가로 인해 SUV 시장 상황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라며 "중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SUV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며 "진출하지 않았던 곳을 새롭게 뚫고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현대차의 SUV 전략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송상훈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SUV는 미국 시장에서는 중소형 SUV로 분류되는 차종"이라며 대형 SUV 시장의 위축이 현대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