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하루만에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덕이 악재로 작용했다. 차익매물도 겹쳤다.
9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5% 가까이 하락하며 720만원대로 다시 물러났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1.3%나 하락하며 6440달러로 주저 앉았다. 이더리움도 1.7%나 하락하며 23만원대로 내려왔고 리플과 비트코인캐시, 트론 등도 3~6% 이상 하락 중이다.
일단 비트코인은 6200달러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지만 6500달러 안착을 앞두고 또다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상대강도지수(RSI)가 여전히 3개월만에 최고인 59선을 기록하며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전날 고점이던 6540달러를 넘어서야 지난달 고점이던 6800달러까지 반등이 가능해 보인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시장 예상대로 나온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힌 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이 암호화폐 약세 심리를 부추겼다.
미국 월가에서 활약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시장과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규제당국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고객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CS)그룹 트레이더에서 핀테크 기업인으로 변신한 니콜라이 스토론스키 레볼루트(Revolut)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리스본에서 열린 ‘웹서밋 2018’ 행사에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디지털 자산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올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CEO가 “우리 고객은 암호화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언급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스토론스키 CEO는 “대형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들이 암호화폐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지 않는 한 월가 투자은행(IB)들도 쉽사리 이 시장에 뛰어들 것 같지 않다”며 “아직까지는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 IB들의 암호화폐 관련 상품이나 암호화폐 투자 데스크 설치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부분은 거의 없는 상태다.
다만 스토론스키 CEO는 내년 암호화폐시장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시장 회복이 대형 금융사들의 참여 때문은 아닐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등록 상태에서 증권형 토큰 매매거래를 중개했다는 이유로 이더델타의 창업주인 자카리 코번을 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SEC는 성명을 통해 “이더델타는 ‘디지털 자산 증권’으로 간주되는 ERC-20 토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매매를 중개하면서도 정식 등록절차를 밟거나 등록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이들은 주문표를 사용해 웹사이트 상에서 주문상태를 디스플레이하고 이더리움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을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썼다”고 SEC는 적시했다.
반면 호재도 있었다. 이날 프랑스 의회가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적용되는 36.2%에 이르는 자본소득세율을 30%로 6%포인트 이상 낮추기로 했다. 이는 여타 비(非) 실물자산에 적용되는 소득세율과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다만 이는 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인 만큼 앞으로 하원 전체회의와 상원 표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최종 확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개정안에서는 암호화폐를 일반적인 비실물자산과 동일하게 간주하면서 이들 자산 투자에 따른 소득세율을 30%로 일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암호화폐 채굴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상업적 활동이든, 개인의 활동이든 간에 이같은 소득세율 인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