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판 '유나의거리'…서울예대 '짝짝이' 관객 울렸다

젊은연극제 참가작 3편 중 하나
학생 직접 쓰고 제작 무대 올려
제작실습LAB 과정 작품공모 선발
지도교수 황두진·전공 3개과 협업
  • 등록 2015-07-02 오전 9:48:24

    수정 2015-07-02 오전 10:09:03

지난달 26일 서울 동숭동 알과핵소극장에서 열린 젊은연극제 참가작 서울예대 연극 ‘짝짝이’ 공연 후 커튼콜 모습.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판 ‘유나의거리’라 불릴 만하다. 서민이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는 후미진 골목을 무대 위에 오롯이 끄집어낸 작품이다. 제23회 젊은연극제 참가작 중 하나인 연극 ‘짝짝이’(작 강현실·연출 조예은)는 휘황찬란한 도심 속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바글대며 사는 서울의 여느 한 골목을 담담하게 되살려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제작 및 연기, 음악 전공과 학생들이 직접 쓰고 협업해 만든 이 작품은 만복 여인숙의 ‘달방’이 배경이다. 직업, 성별, 나이, 성격 모두 천차만별인 상처 받은 네 사람이 우연히 변두리 달방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노인 ‘홍씨’(연기 14학번 김우빈)와 주인 ‘복우’(연기 12학번 김완규), 다방 레지이자 복우의 애인 ‘숙화’(연기 13학번 현재은), 만삭의 소녀 ‘경미’(연기 14학번 김민선)가 서로 부대끼며 상처와 아픔을 치유 받고 사는 우리네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등장하는 ‘짝짝이’(캐스터네츠)는 네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부르짖음이다. 카운터에 상주하는 주인 복우는 홍씨가 짝짝이를 칠 때마다 방에 찾아가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주는데 그 대가로 월세에 푼돈을 더 받아낸다. 그러다 만삭의 경미가 여인숙을 홀로 찾아 ‘새해’를 낳게 되는 과정과 이후를 유쾌하게 그렸다.

대본을 쓴 서울예대 극작 13학번 강현실 학생은 “외로움은 떼어놓을 수 없는 감정이다. 문득 캐스터네츠라는 작은 악기가 누군가의 부르짖음으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사소한 출발이 네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황두진 지도교수의 지휘아래 지난달 25일과 26일 양일 동안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알과핵소극장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연극을 보러 온 관객의 눈시울을 붉혔다. 희망과 기대가 없어진 현재 우리네 삶이라 더 큰 울림을 준다. 풍요롭지 못하지만 살아 볼만한 삶이라고, 당신 괜찮다고 조곤조곤 말해주는 것 같다.

이야기 구성도 탄탄, 지루할 틈이 없다. 네 인물의 연기도 돋보였다. 또 직접 라이브로 연주한 기타의 공연창작 11학번 이정연 학생과 색소폰 실음 10학번 서원재 학생의 딱딱 맞아떨어는 음악도 극의 몰입을 돕는다. 정식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짜여진 젊은 연극이다.

이밖에 서울예대 학생들이 공개한 또 다른 연극 두 편인 ‘은아과수원’(작 강은민·연출 이승후)과 ‘사소한 어떤 것’(작 우빛나·연출 이정연)은 2학년 학생 작품인 만큼 다소 부자연스럽다. 연기가 좋으면 대본의 밀도가 떨어지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은 어색한 연기가 몰입을 막는다.

참가작 3편 모두 ‘서울예대 제작실습 LAB’이라는 창작극 개발 교과목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공연학부 학생들의 작품공모를 통해 선발된 ‘대본’을 토대로 연극제작 전공과 학생들이 ‘연기’에 참여하고 음악전공 학생이 만나 작품을 완성했다.

한편 젊은연극제는 오는 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연극협회 등에서 후원하는 전국 연극영화계열 대학 공연예술축제다. 지난달 15일부터 대학로 예술극장 3관 외에 8개 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는 약 50여개교의 학교가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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