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에이치앤엠(H&M)이 한국 진출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H&M은 지난해 한국에서 12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년(899억원)보다 36% 이상 증가한 액수다.
H&M은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자매 브랜드 코스(COS)를 오는 5월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연다. 앞으로 해외 유명 SPA 브랜드들이 한국 진출을 고려 중인 만큼 국내 토종 패션업계들의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질 전망이다.
| (매출액은 반올림한 수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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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2013년 회계연도(2012년 12월1일부터 2013년 11월30일까지) 매출액은 1226억원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패션 시장의 성장률이 약 4.4%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9배에 가까운 수치다.
H&M은 지난 2009년 9월 국내에 진출한 이후 매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왔다. 2010년 373억원, 2011년 632억원, 2012년 899억원, 지난해 12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H&M과 함께 3대 SPA로 꼽히는 유니클로와 자라의 성장세 역시 만만찮다. 이들 빅3 브랜드는 매년 평균 30% 이상씩 고성장하고 있다.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지난해 37.5% 증가한 6940억원의 매출(8월 회계연도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의 매출이다.
스페인 자라를 판매하는 인디텍스코리아는 현재 자매 브랜드인 비즈니스 캐주얼 ‘마시모두띠’, 캐주얼 ‘풀앤베어’, ‘버쉬카’, 여성복 ‘스트라디바리우스’ 4개 브랜드 매장을 20여개로 확대했다. 중고가 비즈니스 캐주얼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구비해 기존 20대 여성에 국한된 고객의 타깃을 확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글로벌 빅3’ SPA 브랜드의 작년 매출이 총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SPA와 달리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는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패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언더우드, 해리스톤 등 익숙한 국내 브랜드 38개가 퇴출됐다. ‘최연옥’ ‘신장경’ 등 디자이너 브랜드도 일부 백화점에서 모습을 감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에만 캐나다 SPA 브랜드 ‘조 프레시’와 ‘코스’가 국내에 진출하는 등 일본 유니클로와 미국 갭 자매 브랜드인 ‘지유(GU)’와 ‘올드네이비’도 국내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폭은 넓어지겠지만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패션업계의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H&M이 2010년 명동에 첫 점포를 열었을 때 당시 모습.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몰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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