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계약 일방 해지한 국순당…공정위, 과징금 부과

  • 등록 2013-02-21 오후 12:00:10

    수정 2013-02-21 오후 12:00:1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국순당이 매출부진을 이유로 도매상들에게 물량공급을 줄이고 계약을 해지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순당은 임의로 정리할 도매점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대체할 직영점을 만드는 등 치밀한 수법을 동원했다.

공정위는 국순당이 일방적으로 독립사업체인 도매점 정리계획을 세우고 이들 도매상에 물량공급을 축소하고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국순당은 지난 2009년 2월 서울 종로, 성동, 경기 부천도매점 등에 대해 도매점 정리계획을 세웠다. 이는 국순당의 주력 상품인 백세주 매출 하락 시점이다.

퇴출 리스트에 올라간 도매상들이 도매점 협의회를 결성해 정리계획에 반발하자, 국순당은 한 발 더 나가 국순당 탈퇴를 압박하는 서약서를 강제로 요구했다. 특히, 마포와 은평도매점은 정리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수도권협의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퇴출대상에 포함시켰다.

국순당은 도매상을 대체할 직영도매점을 신설했다. 직영도매점은 국순당의 직원이나 퇴직 임원이 만드는 경우가 많아, 독립사업체지만 본사의 입김을 넣기가 더욱 쉬웠다.

국순당은 도매상과 거래하는 영업점을 설득해, 도매상이 아닌 직영점과 거래하도록 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도매상이 백세주 공급 축소로 스스로 도매점을 포기한 것처럼 압박했다. 국순당은 실제 2009년 9월부터 마포·은평 도매점에 대한 백세주 공급을 각각 월평균 주문량의 33%∼38% 수준으로 줄였다.

국순당은 또 도매점의 판매목표를 높게 설정해, 도매상이 목표를 미달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매출 목표를 전월대비 20% 이상, 거래업체 수가 10% 이상 감소시 목표 미달로 계약해지 조항을 넣은 것. 실제 포항도매점 등 일부 도매점에 대해선 판매 목표를 미달할 경우 도매점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는 독립적인 사업체들인 만큼 계약관계를 무시하고 일방적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이번 사례는 제조업체의 영세유통업체에 대한 일방적 물량공급 축소와 계약해지등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엄중히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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