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독일에선 오펠, 호주에선 홀덴, 영국에서 북스홀이란 독자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GM대우의 새 브랜드 전략은 내수점유율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심상치 않음을 읽을 수 있다.
GM대우가 간판을 바꾸달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자체적으로 점유율 부진의 원인을 '대우'라는 브랜드로 귀인했기 때문이다. 모(母)회사인 대우그룹의 부도, 대우차의 워크아웃 등을 겪으면서 '대우'라는 이름에선 '망한 브랜드'라는 선입견이 따라오기 때문에, GM의 효자 브랜드인 '쉐보레'를 도입해 이미지부터 쇄신하겠단 전략이다.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라인업 재정비까지 유례없는 초강수를 둔 GM대우의 실험은 과연 성공작으로 끝날 수 있을까. 답은 아쉽게도 `글쎄올시다`이다. 변화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감지되지만 원인에 대한 진단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수출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GM대우가 유독 내수시장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수시장 확대를 겨냥한 이번 GM대우 변화의 관전 포인트 역시 얼마나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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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세단 '스테이츠맨'과 최근 단종된 '베리타스' 역시 2년여 동안 1796대, 2561대를 판매한데 그쳐 내수시장에서 사라졌다.
GM대우에서 올해 내놓을 신차들이 현대·기아차의 동급 신차와 경쟁해야 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젠트라 후속으로 1분기 내수시장을 노크하는 소형차 아베오와 아베오 해치백은 현대차 엑센트의 신차효과와 싸워야 한다.
GM대우는 그토록 원하던 내수시장 점유율에 대한 답을 어쩌면 글로벌 GM이 아니라 옛 대우자동차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1997년 대우차는 소형차 라노스, 준중형차 누비라, 중형차인 레간자를 앞세워 내수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친 국내 완성차 중 1위의 기록이다. 대우차가 독자개발한 차종과 참신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 회사의 내부 귀인은 제품과 품질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잘 만든 제품은 알아본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GM대우가 변화를 고심하면서 내부 귀인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내수부진의 탓을 외부요인에서만 찾으려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효과를 꼼꼼히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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