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잘잘 뱃살, 달다 달아 "방어, 내 혀를 한방에 잡네"

  • 등록 2008-10-30 오전 11:02:07

    수정 2008-10-30 오전 11:03:36

[조선일보 제공] 23일 새벽 4시30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 요리사 마쓰모토 미즈호(松本瑞穗·34)씨가 방어 두 마리를 이리저리 살핀다. 이날 새벽 제주도에서 올라온 놈들로 무게가 각각 11.5㎏과 12㎏ 나가는 대형 방어(�魚)다. 마쓰모토씨는 손바닥으로 방어 배를 꾹 누르더니, 아가미를 벌려 들여다본다. 흡족한 표정이다.

▲ 방어회

 
"선도(鮮度)가 좋네요. 방어는 배를 눌러봤을 때 단단할수록 좋아요. 안에서 뭔가 막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물렁하면 잡은 지 오래됐거나 선도가 떨어지는 거죠. 눈동자는 초롱초롱, 아가미 속은 빨갛거나 핑크빛이라야 합니다. 갈색이면 선도가 떨어집니다."

좋은 방어를 확보하려 새벽 1시 수산시장에 나왔다는 '영진유통' 원영진 대표는 "10월 초부터 방어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아직은 기름이 덜 올랐어요. 11월 중순은 지나야 '한(寒)방어'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이면 미식가들을 군침 흘리게 만드는 방어. 농어목 전갱잇과 생선이다. 기다란 네모뿔형 혹은 방추형으로 생겼다. 주둥이에서 꼬리지느러미 근처까지 노란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영어권에서는 '옐로 테일(yellow tail)'이라 부른다. 2~4월 산란기 직전인 겨울이 가장 맛이 절정인 계절이다. 이때 잡히는 방어를 '한(寒)방어'라 부른다.

방어는 클수록 맛있다. 마쓰모토씨는 "12㎏이면 큰 편이나, 15㎏을 넘는 대물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고급 생선으로 대접받는 방어는 흔히 '부리'로 통하나, 일본에서는 크기에 따라 달리 부른다. "20㎝ 이하 방어를 '와카사'라고 합니다. 20~40㎝이면 '이나라', 40~60㎝ '와라사', 길이 90㎝·무게 10㎏ 이상을 '부리'라고 합니다. 도쿄 긴자(銀座) 유명 초밥집에서는 도야마(富山)현 히미(�見)에서 잡히는 방어를 많이 써요.

눈 많이 내리는 추운 지방이라 기름이 많고 탄력이 좋거든요." 마쓰모토씨가 고른 방어는 이날 오전 10시쯤 호텔에 도착했다. 마쓰모토씨는 날 선 칼을 들고, 꼬리에서 대가리 방향으로 비늘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비늘만 제거하고, 비늘 아래 껍질은 남겨둔다. 마쓰모토씨의 동료인 이진욱 요리사는 "껍질은 음식을 낼 때마다 벗겨 써야 선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방어를 다듬어 놓고 보니, 등쪽과 꼬리는 검붉고 배 쪽으로 갈수록 핑크에서 아이보리색이다. "부위별로 맛이 다 다르죠. 배 쪽은 기름이 많고 부드러워서 맛이 좋아요. '모래를 치고 다닌다'는 의미로 '스나즈리'라고 부릅니다. 등 쪽은 활동량이 적어 맛이 떨어집니다. 검붉은색이 나는 건 피가 응고된 것입니다."

마쓰모토씨가 배와 등에서 살을 발라 초밥을 만든다. 생선을 쥐고 고추냉이(와사비)를 찍고 밥을 붙이는 동작이 춤추듯 부드럽고 군더더기가 없다.

투명한 흰빛에 가까운 뱃살에 지방이 섬세하게 끼어있다. 지방은 햇빛에 녹아 흘러내릴 듯하다. 입 속에 들어가자 생선살이 사르르 녹아 밥알과 섞인다. 생선살에서 나온 지방이 입안 구석구석 퍼진다. 감칠맛을 넘어 달다. 등쪽 살은 참치처럼 피 맛이 감돌며 뱃살보다 담백하다.

요즘은 양식산 방어도 많다. 이진욱씨는 "양식산은 이렇게 큰 것(10㎏)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자연산은 배 쪽 흰색과 등 쪽 붉은색의 차이가 더 크고 선명합니다. 양식산은 차이가 적고 전체적으로 붉은빛입니다. 양식은 항상 같은 먹이를 먹어요. 먹이로 주는 생선의 맛과 향이 나죠. 자연산은 다양한 먹이를 먹으니까 맛과 향이 더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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