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매출부진 돌파구는 `패션사업'

자체 브랜드 속속 출시..의류매출 비중 10%→20%로 확대 목표
  • 등록 2006-08-17 오전 11:45:17

    수정 2006-08-26 오후 9:39:32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소비심리 악화로 유통산업의 매출 증가세가 최근 현격히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프리미엄급 PB(자사 브랜드) 의류를 출시, 패션사업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류판매는 기존 주력상품인 가공식품에 비해 마진이 높기 때문에 대형마트들은 이 부문의 비중을 꾸준히 확대함으로써 매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실적부진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17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지난달 매출 증가율은 0.5%로, 지난 4월의 3.1% 이후 석달 연속 떨어지면서 실적부담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박은장 이마트 패션담당 상무는 "패션상품의 경쟁력이 향후 대형마트의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상품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류사업 차별화로 경쟁사 고객뺏기 시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와 같은 대형마트의 PB 상품은 중간 유통마진이나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특정 매장에 가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 간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의류 분야에서의 PB 사업은 이익성장이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PB 사업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마진율도 다른 상품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8900억원의 전체 PB 매출 중 58%인 5160억원은 PB 의류 매출이 차지했다.

대형마트업계 `지존`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16일 남·녀 패션의류 PB인 `#902(샵나인오투)`를 출시, 은평점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의 부촌 비버리힐스의 우편번호에서 착안한 #902는 기존 PB 의류인 `이베이직`보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023530)의 롯데마트도 올해 초 기존 PB 의류 브랜드인 `위드원(WITHONE)` 을 발전시킨 `베이직아이콘(BASICiCON)`을 출시, PB 의류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 3월 30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패션의류 `프리선샛(FriSunSat)` 과 아동복 `멜리멜로(Melimelo)`를 출시하면서 탤런트 주진모와 이요원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대형마트 의류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역시 향후 전공분야인 의류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영업이익률을 8%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속옷시장에서 가능성 확인.."의류 비중을 늘려라" 

대형마트의 속옷 판매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대형마트들이 의류사업을 강화하는 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품질이 백화점 못지 않은 데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합리적인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이마트는 지난 1~7월 동안 내의 부문 매출이 11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 성장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내의 유통채널 가운데 대형마트의 비중은 2001년 17.1%에서 2005년 37.5%로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이익률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속옷과 달리 자켓이나 정장 등 고가의 의류 판매는 브랜드 인지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을 벌이지 않는 대형마트가 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B 의류는 꾸준한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속옷시장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의류 브랜드인 #902를 상품기획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전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SPA(제조·판매 일체형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902 출시를 위해 지난해 9월에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패션 디자인실`을 발족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더 높은 마진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앞다퉈 의류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 의류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려는 것이 공통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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