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30일 박승 한국은행은 총재는 취임 1개월을 기념해 출입기자단과의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박 총재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있는 5월 콜금리 인상론에 관해 금융통화위원회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며 "국내외 모든 경제동향을 검토해서 금통위에서 최종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총재는 "금리정책에 대해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언급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않는다"며 "내 임기중에 통화정책을 정부영향때문에 결정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승 한은총재와의 일문일답.
-재경부가 오늘 아침 거시정책기조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내용은 한은 통화정책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않나.
▲처음부터 핵심적 질문부터 하시네.(웃음) 중앙은행에서는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세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중앙은행과 정부 거시정책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않다.
우선 여러분께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 밑에서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정책을 조율하고있다.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이해하고있다. 둘째, 정부는 재정정책을 맡고있는데 재정정책은 타임랙이 없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면 곧바로 소비와 투자로 연결된다. 반면 통화정책은 타임랙이 크다. 많은 경우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선제성이 중요치않지만 중앙은행은 선제적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과열을 확인하고 나서도 안정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은 경기과열을 확인하고 나서 안정정책을 수립하면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드는 격"이 된다. 재정과 금융간의 정책조화가 필요하다.
-왜 물밑에서 조율하나.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는 물 위에서도 하겠다.(웃음)
-어제 3월 산업생산이 나왔는데 소감은. 4월 수출은 좋아질 걸로 보나.
▲4월 수출이 기준을 달리함에 따라서 월로 보느냐, 근로일수로 보느냐 등등에 따라 차이가있다. 그건 중요치않다. 수출이 차츰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재정과 금융정책의 조화를 말하셨는데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
▲경기가 과열이 되면 과열을 막는 안정책을 세워야하지않나. 미리 썼다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않으면 리스크가 있다. 경기과열 확인하고 나서 재정지출을 줄여도 된다는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 경기과열을 기다리고있는데 10월에 가서 경기과열이 나타났다고 치자. 이때 콜금리를 올리면 내년 6월에나 경기억제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정부는 우리보다 좀 늦게 가는게 맞고, 우리는 좀 앞서가는 게 맞다. 이게 어긋나는 게 아니고 조화로운 거다. 우리는 우리대로 간다. 정부가 어떻든 관계없다. 굳이 여러분이 물어보기때문에 답하는 거다.
-내일이면 취임 한 달인데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인가. 몇몇 언론에서 지적했는데 직설화법을 구사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떤가.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나는 교수출신이다. 야생마같은 생활을 하다가 울 안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니...우리나라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나라에서 배배꼬이게 말했다가 신호를 잘못 받을까해서 그랬다. 정책결정은 신중히, 신호는 분명히 하겠다는 게 내 신조다. 와서 보니까 언론다루는 것이 대학에서 학생들 다루는 것보다 힘들다.
대충 보니 내 화법에 대해 8할은 잘했다 그러고 2할은 잘못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앞으로 8할은 직설법으로 말하고 2할은 곡설법으로 섞어서 해볼까 생각중이다.(웃음)
-얼마전 부총리가 1분기이상 늦게 발표되는 1분기 GDP를 보고 금리를 올려야한다고 말했는데도 이견이 없나.
▲부총리가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지않는다. 전체적인 거시정책을 1분기 지표를 보고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번 KAIST 조찬강연의 발언으로 5월 콜금리 인상설이 불거졌는데.
▲공자님을 중앙은행 총재를 모셔서 금리를 어떻게 하게 하겠냐고 물어봐라. 지난달 지표를 보고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은 절대 흠잡을 수 없는 말이다. 내가 이번달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서 일부 언론이 5월 인상으로 몰고갔던데 잘못된거다. 아직 결정한 바 없다. 국제금융이 불안한 기미를 보이고있지않나. 국내외 모든 경제동향을 검토해서 금통위에서 최종결론을 내릴 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증시폭락에 대한 견해는. 이 현상이 5월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걸로 보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금통위에서는 전반적인 걸 다 고려해야하니까. 우리증시 많이 오르지않았나. 국회에서 천천히 1500포인트도 가야한다는 말을 두고도 일부 언론이 뭐라고했던데 그 소신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동안 우리증시가 단숨에 너무많이 올랐다. 좀 쉬어가도 되지않느냐. 경제 기본구조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이기때문에 경기변동도 제일 빠르다. 한국은 개도국 중 펀더멘털이 가장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있는 나라다. 주식시장의 조정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이지 이것이 과거처럼 폭락으로 가진 않을 걸로 보고있다.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미국경제는 더블딥같은 회의론도 나오고있다. 수출전망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향후 수출에 대해서도 낙관하고있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있는데 이것이 미국경제 회복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미국경제가 1% 성장했고 올해는 2~3% 성장할 걸로 보고있다. 현재 미국증권시장의 불안이 2~3% 성장세를 위협할 걸로 보진않는다.
또 우리 수출의 대미의존도가 꾸준히 낮아지고있다. 전체수출중 21%로 아직은 좀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크게영향받지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이 앞서나갔다고 하시지만 시장은 이미 5월 콜금리인상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5월에 콜금리를 인상하지않아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인가. 재경부에 밀려서 인상을 못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지않나.
▲통화정책의 결정권은 금통위가 가진다. 정부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는 우리대로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결정할 것이다.
-경기과열에 도달하는 시점이전에 콜금리를 올려야한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일단 자료를 봐야한다. 올해 상반기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 물가도 성장률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다. 문제는 하반기와 내년을 볼 때 잠재성장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초과하는 정도가 크지않기때문에 시장이 놀래지않는 미조정 정책으로 대처할 수 있다. 경기과열 우려가 있다해서 급격한 충격요법을 쓸 필요는 없다. 하반기에 우려할만한 필요가 있다면 사전에 대응하긴 해야할 것이다.
-미조정에 금리인상이 포함되나.
▲포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제일 어려운 점은 뭔가.
▲아직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모든 것이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고 전부가 다 어렵다.
-통화량이 많이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감시범위를 조정한다는 말도 있는데.
▲현 수준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통화량 팽창이 가계대출이나 자산투자수요와 관련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는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고보고있다. 하반기에 통화량이 적정수준을 초과하지않도록 신경쓸 것이다. 그러기위해 금리조절까지 동원해야 할 것인지도 검토하고있다.
-노조위원장이 19일부터 단식중이다. 98년 한은법 개정후 가장 강력한 투쟁인 것 같은데 소감은.
▲금통위원들은 모두 능력있는 분들이고 와서 중립성을 잘 지켜주고있다. 이번 출근저지 등으로 불편을 겪은 것도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서 정당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민간단체의 추천으로 세명의 금통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런 법의 취지를 좀 잘 살려야하지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서 조용하게, 운영의 묘를 통해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이 문제를 가지고 사회에 물의를 야기해서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준 점은 송구스런 생각이 든다. 내 능력이 모자랐구나하는 생각도 하고있다.
-정부관계자들이 금리관련 발언을 하는 일이 잦다. 이런 일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금리정책에 대해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언급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않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우리의 행동으로 지킨다. 이 문제에 관해 정부 관계장관들이나 각 연구기관, 경제단체 등에서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는 우리가 참고사항으로만 받아들일 것이다. 결정은 독자적으로 한다. 정부영향을 받아 결정하는 일은 절대 없다. 내 임기중에 절대없을 것이니까 지켜봐달라.
-일반적으로 노조의 투쟁요구는 복지문제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은 노조는 복지와 상관이 없는 독립성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하고있다. 달리 말해 노조가 독립문제를 얘기하지않으면 이를 얘기할만한 집단이 한은 내부에 없다는 말도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나를 포함해 우리 임직원들이 깊이 반성할 것이다.
-정부인사들의 발언자체를 문제삼지않겠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문제삼지는 않는다. 국가정책을 이야기하다보면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 내가 거기에 압력을 느끼지않는데 무슨 상관이냐. 많은 의견중 하나일 뿐이고 중앙은행의 결정은 그것과 관계없이 초연할 것이다.
-총재 취임 중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하시지만 후임으로 유약한 분이 오시면 어떻게 하나.
▲나보다 더 강한, 마음이 굳은 사람들이 오실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이다.
-이달에 나온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한 범위 안에 있나.
아직 다 나오지않아서 잘 모르지만 어제 나온 3월 산업생산은 예상했던 그대로다. 다만 미국증시 약세나 달러/원 환율 급락은 예상하지않았기때문에 좀더 주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