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 '제로'에 도전하는 회사…오뚜기·유한킴벌리가 먼저 찾아

[인터뷰] 친환경 패키징 스타트업 리필리 김재원 대표
국내 최초 화장품, 세제 담은 종이팩 개발 회사
기존 우유팩 한정 종이팩→생활용품 등으로 확장
종이팩 제작 설비 구축+초음파 접합 기술로 원가도↓
  • 등록 2024-10-20 오후 6:03:05

    수정 2024-10-21 오전 10:36:17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팩으로 대체(refill life) 하고 싶어요.”

국내 최초로 종이팩으로 화장품과 생활용품(주방세제)을 담아 판매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 ‘리필리’의 김재원(40) 대표가 꿈꾸는 비전이다. 종이팩은 재활용률이 15%로 플라스틱(9%)보다 높다. 재활용 비용 역시 ㎏당 185원으로 ㎏당 360원인 플라스틱 절반에 불과하다.

김재연 리필리 대표 (사진=리필리)
환경과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하는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고 싶었다. 재활용이 뛰어난 종이팩이 유력한 대안으로 보였지만, 우유팩과 두유팩 외 실제 제품은 찾기 어려웠다. 기존 종이팩이 물성이 약해서 샴푸나 세제 등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용품을 담으면 새거나 터지는 문제가 있어서다.

김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종이팩 소재 레이어(폴리에틸렌, 천연펄프, 알루미늄)구성에 차별화를 가져가면서 생활용품, 화장품을 2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멸균팩을 만들었다”며 “종이팩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기존 열 접합 대비 초음파 접합 기술을 적용해 생산 속도를 20% 높이고 생산 단가는 16% 낮췄다”고 설명했다.

멸균팩은 흔히 두유와 유통기한이 수개월 이어지는 수입 우유를 담는 데 쓰는 종이팩이다. 종이팩은 크게 우유팩과 멸균팩으로 구분되는데, 멸균팩은 종이 원료인 펄프 사이에 알루미늄을 추가로 사용한 제품이다. 리필리는 우유, 두유 정도만 담는 데 한정됐던 종이팩을 다른 생활용품 용기로 확장해 다양한 리필 제품(내용물만 다시 채워 넣어 쓸 수 있게 한 용기)을 만드는 회사다.

리필리 리필 제품 용기 (사진=리필리)
리필리 종이팩 제품은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에서 안전성, 내구성, 유효성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인증까지 받았다. 특히 친환경 제품을 추구하는 기업이 먼저 연락해와 제품 개발이 진행됐다.

김 대표는 “오뚜기(007310) 친환경 리빙 브랜드 ‘오뛰르’와 유한킴벌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포장 용기만 생산하는 일반적인 친환경 용기 제조기업과 달리 원료 수급부터 충진·포장을 모두 진행해 수익성이 높다”고 했다. 오뛰르 주방세제, 유한킴벌리 종이팬 핸드워시 등에 리필리 제품이 사용됐다.

리필리를 주목할 만한 이유는 목표 시장 자체가 큰 점도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패키징 시장 규모는 1400조원이 되고 국내는 11조원 수준”이라며 “전세계 친환경 패키징 시장은 이중 30~40%”라고 했다. 국내 시장에서 10%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 1조 1500억원을 차지하는 셈이다.

두유팩에서 생활용품으로 종이팩 사용처를 넓힌 리필리는 곡류 제품을 담는 종이팩으로 제품군을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포장이 가능한 종이팩에 유기농 백미, 현미, 찹쌀, 서리태, 귀리를 ‘로컬스톡’이라는 자사 브랜드로 11월 중에 출시한다”며 “종이팩에 담은 곡류 제품은 하나하나 소분할 필요 없이 필요한 양만 쓸 수 있어 보관에도 효율적”이라고 했다.

오튀르에 쓰인 리필리 제품 (사진=리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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