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당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전승절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성공적인 ‘군사 작전’ 성과를 과시하려 했겠지만, 예상과는 달리 고전하면서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전면전 선언 가능성은 낮지만 ‘최후통첩’ 보낼 수도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정치 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7일(현지시간) BBC에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갈리야모프는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싸우면 질 게 뻔하다. 푸틴의 유일한 승리 전략은 ‘완전한 미치광이’처럼 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리야모프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약해 보이지는 않으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면전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경제는 타격을 입고 있고,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다 할 명분 없이 계엄령과 대중 동원령까지 선포할 경우 오히려 푸틴 정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크렘린궁은 전승절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혹은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하고 자국 예비군·민간인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난센스(말도 안된다)’라고 일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승절을 포함해 특정한 날짜에 맞춰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돈바스·마리우폴 성과 강조할 듯
러시아는 지난 2월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성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후 이들 반군과 함께 돈바스 지역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3월 말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면서는 돈바스 지역과 남부에 화력을 집중해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연결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도 현재 러시아군에 사실상 점령됐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최후의 항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미 러시아군에 포위된 상태다. 이날 민간인 대피가 완료되면서 러시아군은 마지막 남은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의 러시아군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루한스크주에서는 이날 러시아군이 민간인 90명이 대피해 있던 학교 건물을 폭격했으며, 도네츠크 동부 코스티안티니우카 소재 기술대학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마리우폴 완전 장악을 위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도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갈리야모프는 “전승절에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푸틴의 적(敵)과 지지자들 모두에게 관심사”라며 “이 기대를 채우지 못한다면 푸틴은 정치적 패배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 전승절은 1945년 옛 소련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5월 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는 해마다 전승절을 맞아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최신 무기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