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의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연초부터 조(兆) 단위 ‘수주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양사가 수년간 추진해온 인수합병(M&A)이 지난달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되고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가 우려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잇달아 ‘수주 랠리’를 이어가며 선전하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이 국내 최초로 건조해 지난해 10월 선주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로로선 모습.(사진=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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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유럽과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7040억원 규모의 선박 9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2만4000톤(t)급 LNG추진 로로선 2척과 1만2500입방미터(㎥)급 LNG 벙커링선 1척, 2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6척 등이다. 이들 선박은 중형선 전문 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2023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에만 총 34척, 37억 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치인 174억4000만 달러의 21.2%를 새해 들어 한 달 만에 달성한 것이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도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사(社)로부터 LNG운반선 2척과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8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1조8438억원(1월 28일 환율 기준)이다. 이 선박들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5년 하반기 선주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 들어 지금껏 LNG운반선 5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12척의 선박 건조계약을 따냈다. 총 수주금액은 총 27억2000억 달러(3조2700억원)다. 이는 지난해로 치면 5월(약 27억4000억 달러)까지의 수주금액을 한 달 새 채운 셈이다.
이번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수주는 지난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나온 것으로 업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LNG 운반선 분야에서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 한 바 있다.
인수합병 불발에 올해 글로벌 조선업 업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 속에서 양사는 ‘수주 낭보’를 전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지난해 4660만CGT(표준선 환산톤수)에서 올해 3500만CGT로 2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발주액은 19.7% 감소한 86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다.
양종서 수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투자는 다소 과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돼 당분간 컨테이너선 신조선 발주는 많은 물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전체적인 신조선 수요는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LNG선은 해운 시황 상승이 기대되고 중장기적인 LNG 시장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돼 양호한 신조선 발주가 기대되지만, 사상 최대 발주량을 기록한 지난해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