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팔아도 美개미는 담는다…인플레에도 여전한 성장주 사랑

美10월 CPI 6.1%로 30년만에 가장 높았는데
11월 인기 상위 3개종목, AMD·엔비디아·애플
'인플레엔 성장주 덜고 가치주 담아' 통념 깨져
  • 등록 2021-11-26 오전 11:25:16

    수정 2021-11-26 오전 11:25:16

한 남성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명물 ‘돌진하는 황소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1년 내내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성장주 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이른바 ‘모멘텀 전략’을 이어가는 것인데, 기관투자자들은 반대로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상 인플레이션이 성장주에 나쁜 소식이지만 미국 개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술주 위주의 성장주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11월 미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3개 종목은 반도체 제조업체인 AMD와 엔비디아, 그리고 애플이다.

11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있었던 종목들. AMD와 엔비디아, 애플 등 기술주들이 대거 포함됐다(사진=반다리서치)
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경기순환주와 가치주로 갈아탄다는 통념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현재가 아닌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성장주는 저금리일 때 인기가 높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미래에 투자하기 수월한데다, 투자자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 많지가 않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AMD와 엔비디아 등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18개 종목은 최근 12개월 매출의 13배에 거래되고 있다. 평균 매출의 3배 규모로 거래되는 S&P500 종목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물가가 올라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데도 인기가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급등해 3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통상 인플레가 발생하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와 채권수익률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기술 기업들의 미래 이익을 할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벌인 빅테크 기업들이 갚아야 하는 이자도 오른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서 성장주 비중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미들의 성장주 사랑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인플레에도 성장주 인기가 계속되는 배경으로는 개미투자자들이 모멘텀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올 초부터 게임스톱이나 AMC 등 밈 주식 폭등장을 이끈 개미들 중 상당수는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를 것이라 믿는 추격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한 달동안 AMD와 엔비디아는 모두 28% 넘게 폭등했고 애플도 8.1% 올랐다. 같은기간 S&P500 종목들은 평균 2.1%를 오르는 데 그쳤다. 비라즈 파텔 반다리서치 글로벌 매크로 스트래터지스트 “우리가 지난 12~18개월간 배운 교훈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기업공개(IPO), 재정부양책, 그 밖의 미시적 이벤트가 개미투자자들에겐 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미와 반대로 기관투자자들은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나 ETF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사진=EPFR)
기관투자자들은 개미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재와 의료, 유틸리티 등 가치 지향적인 분야에 자금을 투입하면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적합한 방어적 투자 기법이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EPER에 따르면 11월 4~17일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억달러 이상을 인출했다. 2주 단위로는 2019년 1월 이후 최다 유출이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가 이번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61%는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답해 성장주가 이끌어온 상승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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