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과 방역과정이 논문을 통해 해외로 첫 소개됐다. 이 논문을 쓴 주인공은 국내 코로나19 방역 총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정 본부장이 코로나19 논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정은경 본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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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의학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 온라인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팀(제1저자 박신영)은 지난달 서울 구로의 한 빌딩에서 발생한 콜센터 집단담염 관련 방역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공개했다. 논문에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의 방역 담당자들도 함께 참여했고, 정 본부장은 책임저자(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콜센터 건물에 근무·거주·방문했던 1143명 중 97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고 이 중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11층의 발생률이 전체 건물 평균 8.5%보다 크게 높은 43.5%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가족 접촉자 17명 중 2차 감염자가 한명도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의 실제 전염성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았거나 방역당국이 시행한 고강도 자가격리조치 등이 2차 감염 확산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정 본부장팀은 이번 논문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에 이뤄진 신속한 방역조치 과정도 소개했다. 방역당국은 3월9일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보고된 직후 건물을 폐쇄하는 한편 역학조사를 벌여 건물 근처에서 5분 이상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총 1만6628개 문자를 전송했다. 이 문자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가장 가까운 검사기관에 가서 코로나19 검진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팀은 “잠재적으로 노출된 모든 사람과 그들의 접촉자들을 검사로 전염 사슬을 중단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전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으로 전환 속에서 우리는 공중 보건 당국이 적극적 감시와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